기도가 얼마나 큰 영력(靈力)이 있기에 이같이 하늘의 역사를 끌어 내리는가. 그 권능이 누구로부터 나오며 그 역사는 과연 어떠한가? 참으로 위대한 힘이요, 놀라운 영역이다. 깜짝 놀라운 기적이 일어나니 그 결과는 어떠한가. 너무도 신비한 일이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나는 설인신경통증으로 뇌수술을 아홉 시간 가까이 받았다. 정말로 생사를 넘나드는 큰 수술이었다. 내가 수술을 마치고 입원실로 옮긴 뒤에도 삶의 확실성이 없다고 여겨지기에 삶을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가기 직전 아내는 의사에게 “이 수술은 몇 시간이 걸립니까?” “다섯 시간이면 족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한다. 그런데 수술이 시작된지 다섯 시간이 다 될 무렵 “하재준님 수술이 네 시간 더 연장됩니다”라는 실내 방송이 있었다 한다. 그 순간 아내의 눈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가족들과 교인 조민원 집사님과 전연복 권사님, 조금 뒤에 배영호 집사님과 유혜진 권사님이 오셨는데 모두 근심에 쌓여 있었다고 한다.
집도한 의사의 소견에 의하면 “예상보다 더 심각하리 만큼 큰 추골동맥 혈관이 미주신경을 심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간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심하게 온 것이다. 그런데 그 혈관을 감싸고 있는 또 다른 신경이 심장과 직결되어 있어 그것을 조금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심장박동이 그만 멈춰버리는 위경에 이른다. 그러기에 이 부위는 신의 영역으로 여겨 그간 수술을 전혀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병원(아주대학병원) 안영환 교수님이 다년간 연구결과로 세계최초로 설인신경통 부위를 수술하게 되었다”고 수술에 동참한 한 의사는 말했다. 이번 수술이 20번째였다고 하는데 그간 수술이 모두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기에 안심해도 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런 위험한 수술을 동의서 없이 할 수 없기에 사인(sign)을 받았다는 것이다.
내가 퇴원하던 그 날 인사차 담당 의사를 찾아뵈올 때 그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나의 수술 부위는 다른 분에 비해 까다로웠다고 했다. 심장과 직결된 신경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지…. 이런 생각을 하며 “수술을 4시간 더 연장된다고 방송하라 지시했다”며, 그리고는 “그간 연구해온 바를 더듬는 그 순간, 번듯 생각이 떠올라 다시 손에 힘을 얻어 성공적으로 수술을 모두 마무리했다”는 것이다. 그 시간이 교인들이 기도했던 오후 6시였다. 담당 의사는 “분명히 수술은 내가 했는데 어느 누가 나의 손을 붙들고 있는 것만 같은 예감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때가 어느 시간이었지요?”라고 물었다. “오후 6시 경입니다.” 그때 우리교회에서 목자 모임이 있기에 60여 명의 교인이 모일 때였었다. 당시 김태준 담임 목사님이 “우리교회 하 장로님이 지금 수술하고 계십니다. 합심하여 통성으로 뜨겁게 기도합시다” 라던 그 시간이었다. 물론 영국에서 선교사로 있는 딸도, 프랑스 8대학에서 유학 중인 막내아들의 교인들도 함께 열심히 기도했다. 참으로 기도의 힘이 이렇게도 클까? 그 긴박한 순간과 순간, 하나님께서 그 찰나, 의사에게 지혜를 주지 않았다면, 또 수술이 실패한 뒤에야 생각이 났다면 내 생명이 어찌 되었을까. 지금처럼 건강이 회복되어 이 글을 쓸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하나님의 권능의 역사가 기적을 일으켜 내 생명을 살리신 것이다.
하재준 장로
중동교회 은퇴
수필가·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