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교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집단 마취’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신자들이 예배를 단순히 감정적인 위로나 일시적인 안정을 찾는 시간으로 간주하고 있다. 예배는 더 이상 신앙의 깊이를 추구하는 자리가 아니라, 마음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탈출구로 전락했다. 이렇게 예배가 단기적인 위로에 머물고 신앙이 깊어지지 않으면, 진정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집단 마취’란 무엇일까? 그것은 예배 중 신자들이 일시적인 감정적 고양을 느끼지만, 예배가 끝난 후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그 감정이 오래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감동적인 찬송이나 메시지가 순간적으로 기쁨을 주지만, 그 기쁨이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신자들은 예배 후에도 여전히 내면의 상처나 고민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돌아간다. 마치 마취를 당한 것처럼 예배를 통해 일시적인 위로를 경험하지만, 그 안에서 진정한 치유와 변화를 찾을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한국교회가 교회의 ‘성장’과 ‘숫자’에 지나치게 집중했기 때문이다. 교회는 인기를 추구하면서 신앙의 본질을 놓쳤다. 예배는 더 이상 하나님과 진지하게 만나는 시간이 아니라, 감정적 자극을 주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설교자들은 신학적 깊이를 추구하기보다는, 신자들이 원하는 위로와 희망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예배의 본래 목적은 점차 상실되고 희미해졌다.
교회는 신자들이 스스로 신앙의 깊이를 추구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 깊이 맺을 수 있도록 돕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신자들이 교회에 의존하고, 감정적인 위안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신자들은 스스로 신앙을 성장시키기보다는 수동적인 신앙에 머물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예배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 예배는 감정적인 위로를 넘어서, 하나님과 진지하게 교제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더 이상 감정적 자극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진리와 신앙의 깊이를 전달하는 곳이어야 한다. 진정한 신앙은 감정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통해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를 나누고 그 말씀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하나님 없이 이루어지는 예배는 결국 인간의 욕구 해소와 자기만족을 위한 집단적인 최면에 불과하다. 한국교회에 예배다운 예배가 없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