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은 잠들지 않고
영혼은 잠들지 않고
영혼은 잠들지 않고 깨어 있나니/ 그 영혼을 위하여 인색함이 없으리라/ 세상의 파도는 죽음을 몰아/ 지금 우리들의 눈앞/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연약한 영혼은 잠이 들고/ 악한 파도는 뱃전을 넘어든다
나의 구세주는/ 잠든 영혼들을 눈물어려/ 차마 못보시고/ 바다와 바람을 꾸짖어/ 잠잠하라/ 눈을 뜨고/ 영혼의 눈을 뜨고/ 바다 위를 걸어 오시는/ 구세주를 보아야 한다. (‘영혼은 잠들지 않고’의 전반부)
갈릴리 바다에서 광풍을 만난 제자들이 잠드신 예수님을 깨워 두려움을 호소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삼은 시이다. 예수님께서 “잠잠하라 고요하라!”고 말씀하시니 바다가 잠잠해지는 이적을 보여주신 것이다. 황 시인은 세상의 파도가 죽음을 몰아 올 때, “영혼의 눈을 뜨고/바다 위를 걸어 오시는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사랑하기 시작한 것이/언제부터였을까?//비가 내리고//바람이 불더니//오늘도 구름은 걷히지 않네//사랑하라/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인류는 패망하고 말 것이다//나는 세상의 거울 앞에서/나의 모습을 보고 있다.> (‘사랑교실’의 전문)
‘사랑교실’은 하나님의 절대 사랑을 구현해 보고자 하는 소망의 시편이다. 소망이란 언제든지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전도서에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등의 말씀이 있다. “나는 세상의 거울 앞에서 나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자신을 객관적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라신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듯이….
첫 시집 <현장>의 발문은 박목월 시인이 썼다. 그 발문은 두 시인의 우정이 넘치는 명문으로 읽히고 있다.
黃兄
며칠을 두고 온갖 생각을 다하며 글을 써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써도 사연을 늘어 놓아서는 마음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詩를 한 편 썼습니다. 말로써는 다할 수 없는 말을 노래로 뽑고 나니 마음이 그런대로 후련하였습니다. <現場>에는 어울리지 않을 글이나마, 詩集 뒷자리에 내 友情을 실어 주십시오.
황형이 첫 시집을 낸다는 것이 기쁨에 앞서 友誼의 지난 세월이 눈앞에 어른거려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시를 위해 바친 <허무하고도 흐뭇한 세월>, 형!
시집이 나오거던 우리 明洞서 근사하게 한 잔 합시다. 五月十三日 밤 朴木月.
無題
세상에서 나는 사람을 만났네./처음 그는 오뉴월 보리밭처럼 有情하고/뽕나무처럼 구수했네./사귈수록 그의 정은 훈훈하고/욕심없는 마음이 깊으기만 했네./그는 평생 가난했지만/항상 그의 눈동자는 어질게 어리석고…/마음이 외로울 때는 구석 자리에 앉아/서로 말없이 차를 나누었네./四十前後에는 예배당엘 나갔고/趙香綠 목사의 설교도 함께 들었네./황형 하고 부르면/빙긋이 돌아보는 그와 나의 사귐도 二十年 가깝고./오늘은 그가 첫 시집을 낸다네./그의 시야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그의 우정도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세상에서 나는 사람을 만났네./평생 어질게 어리석은 눈을 보았네.
박목월 시인이 쓴 발문(跋文)이다. 시인의 우정이 넘치는 감회가 잘 드러난 감상문이 되었다.
박이도 장로
<현대교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