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시대 세상 읽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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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한국전쟁 특수를 계기로 눈부시게 부흥했다. 1968년 GDP가 자본주의 세계 2위가 되었다. 1988년에는 소련을 추월해서 명실상부한 2위가 되고,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을 넘어섰다. 최정점인 1995년 일본의 명목 GDP는 미국의 71.12%에 이르고, 영국 프랑스 독일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일본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일본의 고도성장에 긴장한 미국과 유럽이 1980년대에 압박을 시작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는 ‘미일 반도체 협정’, 주요 4개국 통화의 환율을 조정한 ‘플라자 합의’, 급격한 달러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루브르 합의’ 등으로 엔고가 시작되면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일본이 엔고에 대응해서 금리를 낮추면서 거품경제가 시작됐다. 저금리로 시중 자금이 몰리면서 단기간에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폭등했다.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산다’는 말까지 나왔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1992년부터 2001년 간의 장기 불황을 일컫는다. 버블이 터지고 디플레이션이 왔다. 닛케이 지수가 반토막 나고, 부동산 가격이 평균 33%로 폭락했다. 막대한 부실 채권으로 은행이 줄도산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금융회사들이 연쇄 파산했다. 기업은 직원을 감원하고 신규 채용 대신 비정규직을 늘렸다. 생산설비를 개발도상국으로 옮겨서 산업이 공동화되었다. 2012년 아베노믹스 때까지 이어진 침체기를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른다.

2011년에 중국이 추월하고, 2023년에 독일이 역전해서 일본의 GDP는 4위가 되었다. 2025년에 인도가, 또 2년 뒤 영국이 추월하면 6위로 내려앉는다. 세계 2위까지 올라갔던 1인당 국민소득도 30위권으로 꺾여서 한국과 대만이 일본을 추월했다. 내전이나 전쟁이 없는데 저성장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원인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21세기에 일본의 지성은 저출생에 주목했다. 일본은 1974년 이후 합계출산율 2.08을 밑돈다. 고령화, 인구감소, 지역소멸도 심각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잃어버린 10년’의 배경으로 인구문제를 짚었다. 2005년 12월부터 ‘인구가 바꾸는 세계’를 연재하고, ‘인구’는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나아가 국제 관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연재물을 모아서 2006년에 <인구가 세계를 바꾼다>는 책을 출판했다.

도쿄대 요시미 슌야 교수의 저서 <헤이세이(平成) 일본의 잃어버린 30년>(2020년)은 헤이세이 시대(1989~2019)를 두 차례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정치개혁 좌절, 대기업 퇴조, 엽기적인 옴진리교 사건 등을 겪은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했다. 전후 일본형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나서 명치유신 이래 동아시아 중심을 차지한 위상이 150년 만에 종말을 맞았다며, 글로벌화와 넷사회화, 저출산고령화 등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면 ‘잃어버린 반세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기독교회도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교세 감소가 심각하다. 일본그리스도교단(UCCJ)은 2016년 1천683개 교회 중 13%에 달하는 ‘무목교회’에 한국 선교사 파송을 요청했다. 한국성공회는 일본성공회로 신부를 파송하고 있다. 전 교무원장 유시경 신부는 오사카 지역 최초의 개신교 교회인 오사카대성당 주임신부로 섬기고 있다.

한국교회도 인구 겨울을 향하는 수축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불필요한 대형집회로 영적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다. 명치 이후 30년 만에 동아시아를 주름잡고, 패전 20년 만에 세계를 넘보던 일본도 한순간에 주저앉고 있다. 성장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낮은 자리에서 겸손하게 민족을 섬겨야 한다.

변창배 목사 

 전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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