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내」를 지칭(指稱)하는 말은 다양하다. 쉽게 떠오르는 용어를 열거해 보면 ①아내 ②처(妻) ③집사람 ④와이프 ⑤부인(夫人) ⑥마누라 ⑦애들 엄마 등등이 있다. 한자를 공부한 세대의 어른들도 자주 헷갈리는 용어 중의 하나가 ‘부인’이다. 국어사전에 보면 ‘부인(夫人)’은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연세가 지긋하고 사회적 지위가 상당한 위치에 있는 어른 중에 자기 아내를 남에게 소개하면서 “우리 ‘부인’입니다”라고 하는 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옛날 사대부(士大夫=양반)의 ‘남편’이 거드름을 피우느라고 ‘자신의 아내’를 부르면서 “부인!”하고 말하는 특별한 경우는 있었지만 ‘자신의 아내’를 ‘부인’으로 지칭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호칭이라 하겠다.
문 장로는 한학(漢學)의 권위자로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 1890~1957) 선생에 비견(比肩)되는 진혼(震魂) 김정련(金正連, 1895~1968) 선생으로부터 고등학교 3년간 한문을 공부하는 행운이 있었다. 그 어른께서는 고등학교 1학년 첫 학기 내내 『삼당칭호(三黨稱號)』라는 인척간(姻戚間)의 촌수를 강의하셨는데 여기에서 『삼당칭호(三黨稱號)』란 《부당(父黨=아버지 쪽의 촌수)》와 《모당(母黨=어머니 쪽의 촌수)》 그리고 《처당(妻黨=아내 쪽의 촌수)》 등 세 가지를 묶어서 이르는 말이다. 당시 스승께서는 ‘자기 아내’를 ‘부인’으로 부르는 문제와 관련해 질색(窒塞)을 하시곤 하셨다.
여기서 ‘부인’과 관련해 조금 더 부연(敷衍)해서 설명해 보자. 젊은이가 연세 드신 어른에게 ‘자신의 아내’를 소개할 때는 ‘아내’나 ‘처’ 중에서 택일하면 좋을 것 같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게 ‘와이프(wife)’라는 표현은 조금 거슬리는 면이 없지 않다. 가까운 친구 사이라면 ‘부인’을 제외하고 어느 용어를 사용해도 무방(無妨)하리라고 본다.
우리 문화에서는 부모님의 ‘성함’이나 ‘함자’를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 예의였으므로 예컨대 아버지의 성함이 「홍길동(洪吉童)」일 경우, “저희 아버님의 함자는 洪자, 吉자, 童자를 쓰십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예의였다. 이때 생존해 계신 ‘아버님’을 ‘선친(先親)’으로 말하면 큰 결례가 된다. ‘선친’은 ‘돌아가신 아버님’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제 ‘성함’은 文자, 吉자, 童자입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는 두 가지 실수를 범하는 것이 된다. 자신의 이름을 ‘한 글자, 한 글자씩’ 끊어서 말하는 것은 ‘자신을 스스로 높이는 결과’가 되며 또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서 ‘제 성함’ 또는 ‘제 함자’라고 하면 잘못이 된다. ‘성함(姓銜)’이나 ‘함자(銜字)’는 남의 ‘성명(姓名)’이나 ‘이름’을 높여 부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젊은이가 웃어른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에는 “제 이름은 ‘문길동’입니다” 정도로 말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바른 존칭어와 관련해 「국립국어원」은 ‘어른’이 주어인 경우에는 ‘동사’나 ‘형용사’에 ‘존칭보조어간(尊稱補助語幹)’ ‘-시’를 붙여서 ‘-하시다’ 또는 ‘크시다’가 되지만 ‘젊은이’나 ‘명사(名詞)’가 주어일 경우에는 ‘-시’를 사용하는 것은 어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아버지가 일하‘시’다 또는 아버지의 키가 크‘시’다”는 맞으나 “건강검진의 결과가 좋으‘시’다” 또는 “주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으‘시’다”는 잘못된 어법이라고 되어 있다.
문 장로 개인의 의견으로는 예컨대 주어가 ‘하나님’이나 ‘부모님’과 같은 존경의 대상일 경우에는 존칭보조어간 ‘-시’를 사용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견해를 갖고 있다. 모든 분야의 어휘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감이 자연스러우며 듣기에 편안한 어휘의 경우, ‘비표준어’가 ‘표준어’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국립국어원」이 최근 ‘표준어’로 추가한 어휘 항목을 찾아보면 ①꼬시다 ②딴지 ③허접하다 ④삐지다 ⑤까탈스럽다 등이 있다.
위에 예시(例示)한 “주님의 사랑이 변함이 없으‘시’다”와 관련해, 이미 2007년에 발행된 개역개정 성경(시117:2)에는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크‘시’고…”로 표기되어 있다. 어법(語法)에 있어서도 기독교문화가 앞서 나아감을 보게 된다. 어린이 찬양 중에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크고 크도다 크시도다”라는 노랫말이 있다. 마지막 구절 “크시도다”를 부르는 대목에서 ‘아멘’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경우, 존칭보조어간 ‘시’를 덧붙이는 데, 더 이상 「국립국어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본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