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야기] 국방부 원대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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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본부로 보내 줘요”

원대 복귀를 증명하는 서류를 들고 병원 문을 나서는 발걸음은 참 가벼웠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서류에는 내가 복귀하는 곳이 국방부라고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또 다시 주일 성수 때문에 길고 긴 싸움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했다. 그렇다고 돌아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일단 국방부로 가서 중대장을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했다. 몸이 안 좋은데 공군본부로 돌아갈 수는 없는지 물었더니, 지금은 운전병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군본부 병원에 가서 진단서를 끊어 오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진단서를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었지만 일단 공군본부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 공군본부 병원 수송대를 담당하던 상사가 기다려 보라고 하고는 병원으로 들어가서 2주짜리 물리치료 진단서를 가지고 나왔다. 너무 기뻐서 인사를 하고 당장 국방부로 달려갔다. 하지만 진단서를 본 중대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야, 이거 가지고는 공군본부 못 가. 겨우 2주잖아. 그냥 여기서 왔다 갔다 하면서 치료 받아. 이런 건 위로 올라가도 결재가 안 나.”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나는 그 중대장과 함께 수송대 대대장에게 가서 원대 복귀했다는 보고를 하게 되었다.

“이은태 이병,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퇴원해 국방부로 원대 복귀했습니다. 그런데…” 보고가 끝난 줄 알았는데 중대장이 계속 웅얼거리며 보고를 이어갔다. “그런데 이은태 이병은 몸이 매우 안 좋고 심각한 상태라 공군본부 병원에서 계속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빨리 치료받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순간 나는 성령께서 그의 입술을 주장하고 계심을 느꼈다. “아니, 죽을 애를 왜 데려왔어? 빨리 공군본부로 복귀시켜!” 대대장의 명령에 중대장은 내가 공군본부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서류를 준비해서 국방부 인사과로 데려갔다. 원대 복귀 허가서를 제출했는데 서류를 검토하던 인사 담당관이 서류를 집어던지고 중대장에게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운전병이 70명이나 부족한데, 공군본부로 원대 복귀라니요!” “얘가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럼 행정병으로 바꿔서 근무시키든가 하세요!”

공군본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꿈으로 부풀었던 나는 땅에 떨어진 서류를 보며 낙심했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앉아 있던 한 군무원이 벌떡 일어났다. 가죽점퍼를 입은 풍채 좋은 아저씨였는데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야, 너 얘가 누군지 알아?” 군무관이 갑자기 중위에게 소리를 꽥 질렀다. “얘, 곧 죽을 애야. 알기나 해? 제대로 치료 못 받고 죽으면 네가 책임질 거야?”

군무관은 쉴 새 없이 퍼부었다. 계속되는 군무관의 질책에 기세등등하던 인사 담당관도 풀이 죽어 결국은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주섬주섬 주웠고, 원대 복귀를 허가하는 도장을 찍어 주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인사 담당관을 야단치던 그 사람이 누군지, 왜 나를 도와줬는지 지금까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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