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경영]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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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면 나는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어떻게 사람이 예전이랑 이렇게 똑같느냐?”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나를 격려해 주는 말일 것이다. 어쩌면 약간의 아부성도 있을 것이다. 현실을 속이는 슈가 코팅된 말이지만 들을 때마다 싫지가 않다. 그래 나는 이렇게 답한다. “그런 말 안 해도 오늘 밥은 내가 쏜다”라고. 

요즘은 외모만 보고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같은 나이도 사람마다 일-이십 년 차이가 나 보이기도 한다.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까?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파란만장한 삶의 역사 속에 잠겨 있는 게 나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얼마나 많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서려 있는가? 환희와 축복이 있는가 하면 질곡과 수난의 시간들도 있었다. 헐벗고 굶주리며 살았던 서러운 시절도 있었다. 배수진을 치고 땀 흘리며 살아야 했던 처절함도 있었다. 올곧고 성실하게 애쓰기도 했다. 더 이상 나갈 수 없는 절벽 앞에 서기도 했다.

죽음의 고비도 몇 번 있었다. 좌절과 방황의 시간이 있었는가 하면 즐겁고 행복한 순간도 많았다. 보람 있고 의미 있는 시간도 많았다. 열렬한 지지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성취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배신을 당하고 비난을 받는 쓰라린 순간도 있었다. 파안대소하며 활짝 웃었던 날이 있는가 하면 울며불며 서러웠던 날도 있었다. 그래 나이는 결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내 삶에 오색찬란했던 흔적뿐만 아니라 초라했던 순간들까지 수많은 사연과 삶의 흔적들이 숫자마다 깊이 새겨져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 한때 흥얼거리기만 했던 트로트 가사가 요즘은 귀에 들려온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웬일일까? 이 노래가 마음에 와닿기 시작한다. 그것은 내가 나이 들었다는 증거다. 우리는 나이를 거꾸로 돌릴 순 없지만 청춘의 마음은 지속할 수 있다. 팔순인 내 아내도 19세 소녀 같은 설렘이 있다. 나도 그렇다. 웬만한 모임에 가보면 내가 연장자인 편이다. 하지만 내 가슴에는 여전히 가슴이 울렁거린다. 열정도 있고 희망도 있다. 자유함이 있고 설렘도 있다.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여전히 위를 바라본다. 그리고 행복한 착각을 한다. 가장 늙은 사람은 어제 머무는 사람이고 가장 젊은 사람은 내일을 꿈꾸는 사람이다. 나이 타령하지 말자. 청춘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가짐에 있다. 이삼십대 청년보다도 칠팔십 대 어르신이 더 청춘일 수 있다. 오늘도 내가 누군가의 가슴에 설렘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청춘이지 않는가?

내 인생에 가장 즐겁고 행복한 가치있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가장 즐겁고 의미있고 보람된 순간도, 인생의 정점도 오늘 이후에 있다. 이 기대와 착각 속에서 오늘을 살아간다. 오늘도 자유롭게 땅 위를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고 감사한게 아닌가.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는 이렇게 주책을 부려본다. “오늘도 멋진 하루야! 나는 아직도 청춘이야.”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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