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도의 문학산책] 타고르의 ‘동방의 등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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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노래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 Tagore)는 한국인에게는 특별한 존재이다. 그가 시집 <기탄잘리>로 노벨문학상(1913년)을 받고 일본 여행 중 최남선씨를 만나 당시 일본 식민하에 있던 조선인에게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 후 짧은 메모형식의 글을 동아일보 기자에 건넸다. 그 뒤에는 그의 시집 <기탄잘리>에서 시 한 편을 보내와 최남선씨의 번역으로 발표한 ‘패자의 노래’가 있고 최종본으로 ‘동방의 등불’이 당시 조선인들에게 크나큰 감명을 주었다. ‘동방의 등불’은 주요한씨가 번안(飜案)해, ‘동방의 등불’이라는 제목을 달아 동아일보에 발표했다.

동아일보 기자에게 건네준 메모형식의 내용은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빛나던 등촉의 하나인 조선/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라는 글이 1929년 4월 2일에 실렸다.

이 짧은 글이 조선인을 위한 시라고 해서 제목을 ‘쫓기는 이의 노래’라고 번역했었다. 

‘패자의 노래’

내 주인이 나에게 후퇴의 길 쪽에 서서 패자의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가 비밀리 구애하는 신부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두운 색의 면사포를 쓰고, 사람들로부터 얼굴을 가리고 있으나, /어두움 속에서 그녀의 가슴에서 보석이 빛나고 있다. /그녀는 낮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존재이며,/하나님의 밤은 불 켜진 등불과 이슬로 젖은 꽃과 함께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가 눈을 내리깔고 침묵하던 이유는 /그녀가 떠났던 고향에서 바람 속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들은 수치와 고통으로 가득차면서도 /달콤한 그녀의 얼굴에 영원한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랑스러운 침실의 문이 열리고 부름이 왔으며 /어둠의 심장은 기대되는 밀회로 인해 떨리는 중이다.

동방의 등불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마음에는 두려움이 없고/머리는 높이 쳐 들린 곳,/지식은 자유스럽고/좁다란 담벼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는 곳,/진실이 깊은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하여 팔을 벌이는 곳,/지성의 맑은 흐름이/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는 곳,/그러한 자유의 천국으로 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1929년 동아일보에 게재

타고르는 일본의 식민치하에 있던 조선인이 받는 핍박에 깊은 동병상련의 감정을 갖고 있었다. 조선의 1919년 3월 1일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독립선언문 등에 관심을 표했던 것이다. 

박이도 장로

<현대교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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