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시대 세상 읽기] 멀리에서 보아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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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대표작 ‘풀꽃’이다. 2012년에 광화문 교보빌딩 전광판에 올라간 뒤 국민애송시가 되었다. 초등학교 교장이던 시인은 말썽꾸러기 개구쟁이도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감동을 시에 담았다.

하지만 여행에서 만나는 멋진 장면은 멀리에서 보아야 아름답다. 찰나를 포착한 사진은 어떤 영감까지 준다. 남해 금산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보면, 다도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망대 정상에 서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점점이 뿌려진 섬들 사이로 상주은모래비치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금산(錦山)의 이름처럼 비단을 바다 위에 깔아놓은 듯 반짝인다. 땀흘리며 정상에 올라간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역사를 조망하고, 시대를 읽는 것도 그렇다. 멀리에서 보아야 세상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겨울도 역시 그렇다. 긴 안목으로 보아야 수축시대를 헤쳐나갈 길을 찾을 수 있다.

인구학자들은 인구 변화를 ‘정해진 미래’로 설명한다. 흔히 미래는 확정되지 않았고, 불투명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 인간의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다.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학교나 직업은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인구학자들은 ‘인구’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검증된 도구로 본다.

일리가 있다. 저출생은 사회의 미래에 확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출생아 수는 10년 뒤 초등학교 교실 개수뿐만 아니라 20년 뒤 국방력, 30년 뒤 취업전선을 결정한다. 베이비 붐 세대의 ‘콩나물 시루같은 교실’은 저출생과 함께 사라졌다.

서울대 조영태 교수는 저서 『정해진 미래』에서 저출생 고령화의 미래사회를 그리며, “인구는 미래를 예측하는 변수가 아니라 이미 고정되어 있는 상수”라고 주장했다. 지난 40년 동안 감소한 출산율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른 평균수명은 인구의 연령구조를 역삼각형으로 만든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사회문제에 봉착했다. 저출생 고령화가 초래하는 인구문제를 만만하게 볼 수 없다.

한국교회 교인 구성도 저출생 고령화를 반영한다. 우리 교단 총회 통계위원회는 1992년 말 현재 교인을 205만1천378명으로 보고했다. 그 해 200만 명을 넘어선 뒤 2011년 말에 285만2천125명을 기록했다. 2012년에 시작된 감소로 12년 동안 64만4천143명(22.6%)이 줄어서 2023년 말 현재 220만7천982명이 되었다.

2023년 말 0~6세 어린이의 각 연령 평균은 1만2천493명이다. 학년별 평균이 20,131명인 아동부보다 37.9%가, 2만4천591명인 중고등부보다 49.2%가 적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저출생을 무시할 수 없다. 교인의 연령별 평균은 80대 1만2천827명, 70대 2만2천884명, 60대 3만3천939명, 50대 3만8천849명, 40대 3만2천890명, 30대 2만2천699명, 20대 1만9천907명으로 50대를 정점으로 하는 역삼각형 구조이다.

총회 회기마다 처방을 내놓았다. 부흥운동이나 전도운동도 펼쳤다. 단기대책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근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1970년대 이후 저출생 고령화에 이은 서구 교회 교세 감소는 반세기를 넘겼다. 2007년에 가시화된 한국교회 교세 감소도 장기화될 것이다. 구조를 개선하고 선교역량을 보전해야 한다. 과감하게 신학교를 개혁하고 목회자 양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수축시대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려면 통합해서 파이를 키우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멀리에서 보아야 보이는 지혜를 구해야 한다.

변창배 목사 

 전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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