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회에서는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찬양팀이 예배 전에 찬양을 인도한다. CCM을 중심으로 한 이 찬양 시간은 보통 20분 남짓 계속되며, 예배 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찬양팀의 리더와 함께 무대에서 마이크를 든 대여섯 명의 찬양인도자들은 드럼, 신디사이저, 전자 기타 등의 반주에 맞춰 열정적으로 찬양을 부른다. 과도한 손 제스처와 유연한 몸놀림, 은혜로운 표정과 웃음이 가득한 얼굴, 그리고 단조 음악으로 바뀔 때 눈을 감고 곧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 애절한 모습으로 변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열광적인 찬양과 고막을 찢을 듯한 반주악기가 어우러지면서 찬양팀은 음악에 몰입해 한 곡을 반복하며 찬양을 계속한다. 노래가 끝난 듯싶으면 다시 마지막 구절을 반복하며, 은혜의 도가니에 빠진 듯한 표정으로 찬양을 마친다.
그러나 찬양이 끝나고 예배가 시작되면 일부 팀원들은 갑자기 공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들에게 1시간가량 이어지는 예배는 견디기 힘든 인내의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는 지루한 예배 순서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다시 찬양 시간이 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이들 중 일부는 설교 시간에 졸거나, 기도 시간에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심지어 찬양만 하고 예배가 시작되면 자리를 떠버리는 경우도 있다.
찬양할 때의 반짝이던 눈빛과 열광하던 마음은 사라지고, 마지못해 예배를 드리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찬양에 중독된 상태처럼 보인다. 이들에게 설교, 기도, 찬송가, 성가대의 노래 등은 모두 거추장스러운 시간일 뿐이며, 오직 CCM 음악만이 예배를 즐기는 이유가 된다.
이미 4세기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찬양중독의 상태를 경계했다. 그는 『고백록』 제10권 33장에서, 이성을 앞지르는 감각적 쾌락에 도취되어 찬양하는 것은 죄라고 경고했다. 칼뱅도 음악이 감각적 상태에 빠지는 위험을 우려하며 찬양에서 악기 사용을 금지했다. 교회는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맞추며 찬양중독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한국교회의 찬양은 그 목적을 다시 찾아야 한다. 찬양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묻고, 그 방향성을 바로잡아야 한다. 찬양이 찬양팀 ‘그들만의 리그’가 될 때, 찬양 소리에 묻혀 하나님은 소외될 것이며, 앉아 있는 회중은 따라할 수 없는 노래를 감상하며 불편한 정서를 삼켜야 하는 고통을 매번 감수해야 할 것이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