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한길 회장은 오늘 망해도 내일 돈 받으러 오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일일청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결과 애터미는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 유통사를 대상으로 재무건정성을 조사한 결과 종합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나는 정말 화가 난다. 실패한 후 재기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나는 “철저하게 준비해서 절대 망하지 않게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젊은 날, 조급하게 시작하지 말고 전문성을 갖춘 후에 시작해도 된다는 뜻이다.
내가 애터미를 시작할 때는 50세가 넘어서였다. 자동차 부품 만드는 회사에서 월급생활자로 17년 일하는 동안 미래전자상거래와 네트워크마케팅에 대한 공부를 5년 정도 꾸준히 했다. 약 250권의 관련서적을 독파했다. 50시간을 원고 없이 대중 앞에서 열강을 할 만큼 탄탄한 이론을 정립했다.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저녁 2시간씩 하루에 10시간씩 5일을 강의해야 50시간이다. 직장을 그만둔 후 시간 여유가 있어서 10여 명을 모아놓고 펜션에서 5박6일 첫 강의를 했다. 강사료를 받지 않으니 강의요청이 계속되었다. 5년 정도 판매현장을 뛰며 판매원으로 생계를 이었다.
준비 없는 창업은 대부분 실패한다. 나의 첫 창업은 철저하게 준비를 한 후 시작한 인터넷 백화점 사업이었지만 쓴잔을 마셨다.
기업이 퇴출할 때는 타이밍과 정리가 중요하다. 나는 처음 망해봐서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기업을 살려보려고 갖은 방법, 사채까지 동원해서 버티다가 쓰나미에 떠내려가듯 정신없이 망했다.
망한 후에 사채는 내게 더없는 고통이었다. 사채업자는 채무자에게 고통을 가해 변제 받는 게 기본업무다. 사채를 쓴 사람으로서 그들이 괴롭힌다고 원망할 일도 아니다. 그 사람들도 힘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니까.
한번은 아이들까지 들먹이며 협박해서 나도 그만 이성을 잃고 험한 말을 했다. 사채업자에게 어떻게든 원금은 갚겠으나, 이자까지 갚으라고 하면 원금 갚는 것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신 건강이 회복되어서 돈을 번다면 부자가 되기 전에 반드시 당신 돈부터 갚겠다고 말했다.
이후 2년쯤 더 나를 괴롭히더니 어느 날부터 전화가 오지 않았다. 3년쯤 지나서 사채업자에게 전화하니 그가 깜짝 놀라며 “웬일이냐?”라고 했다.
“돈을 갚으려고 합니다. 원금 8천만 원을 전부 갚을 수 없고, 우선 2천만 원만 송금하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약속대로 매달 돈을 버는 대로 보내주었다. 되려 사채업자가 내게 고맙다고 했다. 나는 그와 험한 말로 싸웠던 일을 눈물로 회개했다. 그도 빌려준 자기 돈을 받으려고, 그저 해본 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도리어 내가 죽이니 살리니 하면서 욕설을 퍼부었으니,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다. 그리고 그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
나는 약속한 8천만 원을 다 갚을 때까지 월세 50만 원 셋방에 살았다.
‘정직’은 했던 말을 바꾸지 않는 것이다. 하나님이 미쁘신 이유도 하나님은 말씀을 절대로 변개(變改)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한 번만 더 망하면 ‘잘 망하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창업에 관한 책은 넘치는데 폐업에 관한 책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 번 망하고 책을 쓰기는 민망해서 미뤄왔는데, 이제 그 책을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폐업할 때, 세무 정리를 잘해야 한다. 주식회사도 직계가족의 지분이 50퍼센트가 넘으면 세금에 대해서 무한책임이다. 법인세는 이익이 없으면 낼 것이 없다. 부가세는 무척 부담스럽다. 법에 따른 청산절차를 거쳐 미납된 세금이 없어야 한다. 국가도 손해를 보면 안 되고, 납품업체와 임직원도 손해를 보면 안 된다. 모두에게 어떤 피해도 없어야 한다.
기업이 망하는 것은 경영자가 저지르는 가장 큰 죄악이다. 창업자 혼자만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다. 애터미의 창업이념 1번이 ‘생존’이다. ‘일일청산 시스템’도 도입했다. 정산이 아니라 청산이다. 오늘 망해도 내일 돈 받으러 오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로마서 13장 8절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는 성경 말씀대로 경영해보자고 작심을 했다. 사채업자에게 시달릴 때 말씀대로 경영하지 않은 것을 수없이 하나님 앞에 회개를 했다.
그래서 애터미는 납품대금은 즉시 현금결제해준다. 임직원들의 월급은 매달 1일에 나간다. 신입사원을 출근 첫날 월급을 받는다. 무차입 경영이다. 차입금이 없으니 이자 비용도 없다. 요즘처럼 고금리 때는 이자수익까지 발생해 재무적 안정성이 강화된다. 몇 해 전 기업데이터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애터미가 500대 기업 유통회사 중 ‘기업주요안정성 지표 1위’를 했다.
애터미 회장 박한길 장로는 기도하고 행동하는 신실한 교회 장로이다. 그는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부(富)를 이루고 국내•외 선교사업 뿐 아니라 육영 사업에도 심혈을 다해 헌신하고 있다. 창업 10년 만에 매출 연 2조 원, 1천500만 회원을 자랑한다. 또한 수많은 나눔 활동을 이어가며 2023년 기준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1.4%로 유통업은 물론 2023년 결산 매출 상위 500대 기업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나눔의 명가가 됐다.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데 더 열심이라는 박한길 장로는 주님께 받은 재물을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30배, 60배, 100배 결실을 맺도록 흘려보내는 데 매진하고 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