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으로 3월은 신춘(新春)이요, 각급 학교 입학과 개학을 비롯해 실제적인 새해의 업무와 생활이 시작되는 절기이다. 24절기로는 개구리가 뛰어나온다는 경칩(驚蟄)과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春分)이 들어 있다. 이길섭 교수는 이 두 절기를 제목으로 짧은 시를 지었다. “오물오물 개구리 앞 따스한/무논을 지나오세요//들녘 가득 쏟아지는 햇살/두 손에 한올한올 사려오세요//돌무더기 옆 나무 아래서/살짝 다가온 그대와 더불어//잔치국수 빚어/한 사발 소반 위 올릴게요.”(경칩/이길섭) “마실가서 한 잔 기울이고/고샅길 따라 밤길 거니는데//철없이 서둘러 벙글어 나온/매화 몇 송이 언뜻 눈에 들어온다//휘영청 하늘 아래 향기 가득하고/자리 사이로 흐르는 달빛//산 능선에 아련한 눈길을 두고/꽃잎 하나 바람결에 날려본다.”(춘분/이길섭) “보이지 않기에/더욱 깊은/땅속 어둠/뿌리에서/줄기와 가지/꽃잎에 이르기까지/먼 길을 걸어온/어여쁜 봄이/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죽어가는 이가/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던/희디흰 봄 햇살도/꽃잎 속에 접혀 있네//해마다/첫사랑의 애틋함으로/제일 먼저 매화 끝에/피어나는 나의 봄/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꽃나무 앞에 서면/갈 곳 없는 바람도/따스하여라/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그래, 알고 있어/편하게만 살 순 없지/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매화는 기어이/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매화 앞에서/이해인) 옛사람들은 이 계절을 어떻게 이해하고 노래했을까? 조선 헌종 때(1834-1849) 정학유(丁學游/1786-1855)가 쓴 농가월령가를 찾아보기로 한다. “이월(양력으로는 3월)은 중춘이다. 경칩(驚蟄) 춘분(春分) 절기로다. 초육일 좀생이는 풍흉을 안다하며/스무날 음청(陰晴)으로 대강을 짐작 느니/반갑다. 봄바람이 의구히 문을 여니/말랐던 풀뿌리는 속잎이 맹동(萌動)한다/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맷 비둘기 소리 나니 버들 빛 새로워라/보쟁기 차려놓고 춘경(春耕)을 하오리다/살진 밭 가리어서 춘모(春麰)를 많이 갈고 목화 밭 되어두고 제 때를 기다리소/담뱃모와 잇(잇꽃) 심기 이를수록 좋으니라/원림(園林)을 장점(粧點/나무 다듬기)해 생리(生利/이익)를 겸하도다/일분은 과목이요, 이분은 뽕나무라/뿌리를 상치 말고 비 오는 날 심으리라/솔가지 꺾어다가 울타리 새로 하고/장원(牆垣/담장)도 수축하고 개천도 쳐 올리소/안팎에 쌓인 검불 정쇄(精灑)히 쓸어내어 불 놓아 재 받으면 거름을 보태리니/육축(六畜)은 못다 하나 우마계견(牛馬鷄犬) 기르리라/씨암탉 두어 마리 알 안겨 깨여보자/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고들빼기 씀바귀요, 조롱장이 물쑥이라/본초(本草)를 상고하여 약재를 캐오리라/달래 김치 냉잇국은 바위를 캐치나니/창백출, 당귀, 천궁, 시호, 방충, 산약, 택사/낱낱이 기록하여 때 맞게 캐어두소/촌가에 기구 없어 값진 약 쓰올소냐?” 중춘(仲春)인 2월(양력 3월)에는 춘경과 가축 기르기 및 약재 캐기 등을 알려주고 있다. 농가월령가는 당시의 농사캘린더에 해당하는 풍속 가사이다. 실학의 영향으로 농가의 실제 생활을 구체적으로 다뤄 실사구시를 도모했다.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작품을 썼다. 조선 후기 서민들의 실생활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점이 특이하다. 저자인 정학유는 경기도 양주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실학 정신을 실천하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이제 우리들도 지난 몇 년의 일기와 생활 기록을 기초로 해 매월 생활 계획캘린더를 만들면 좋겠다. 각급 학교나 정부기관에서도 연중 사업 계획을 월별로 각 부서별로 이렇게 정리해두면 업무 추진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김형태 박사
<더드림교회•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