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13장에는 ‘네 가지 땅에 떨어진 씨’ 비유가 나온다. 씨를 뿌리는 자가 뿌린 씨가 더러는 길가에, 더러는 흙이 얕은 돌밭에, 더러는 가시떨기 위에 그리고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졌다.
좋은 땅에 떨어진 씨만이 결실을 했고 나머지 세 종류의 땅에서는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 예수님 시대의 팔레스타인에서는 씨를 하나씩 심는 방식이 아니라 씨를 흩뿌리는 방식으로 농사를 했기 때문에 씨가 좋은 밭에만 떨어질 수는 없다. 하지만 농사 방식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농부라면 좋은 밭에 씨가 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미칠근(一米七斤)’이라는 말이 있다. 쌀 한 톨을 만들려면 농부가 일곱 근의 피와 땀을 흘려야 한다는 뜻으로 농부에게 씨앗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려주는 말이다. 그런데 성경에 나오는 이 농부는 길가에 버젓이 떨어져 있는 씨를 보고도 줍지 않았다. 씨가 돌밭에, 가시떨기에 떨어져도 크게 상관하지 않고 낭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씨를 낭비하는 농부는 누구일까?
이 비유는 예수님께서 해변으로 모여든 무리를 향해서 하신 말씀이다. 무리 중에는 제자들도 있었지만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을 보고 그저 신기해서 따르던 사람들도 있었다. 또 예수님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고, 예수님을 잡아 넘길 구실을 찾기 위해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해변에 모인 무리의 마음 상태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 모두를 향해서 천국 복음,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셨다.
그들 모두가 당장 말씀에 반응해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할지라도 예수님은 반복해 무리를 향해 말씀을 선포하셨다. 예수님의 비유 속 씨앗을 낭비하는 농부는 바로 예수님 자신이었던 것이다.
딱딱한 길가에 떨어진 씨를 새들이 와서 먹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농부가 계속해서 길가에 씨를 뿌리면 그중 하나의 씨가 딱딱한 땅을 뚫고 들어가게 된다. 땅을 뚫고 들어간 씨는 썩어서 양분이 되어 땅을 부드럽게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땅을 뚫고 싹이 나고 열매를 맺는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무리를 향해서 말씀을 선포하신 이유이다. 예수님은 말씀의 능력을 아셨다.
하나님의 말씀은 어떤 검보다도 예리해 단단한 마음도 뚫고 들어가는 능력이 있다. 딱딱하게 굳은 마음에 말씀이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그 중 하나가 심령 깊은 곳을 뚫고 들어가 마음을 변화시키고 회복시키게 된다. 말씀이 마음 밭을 변화시켜서 결국에는 열매 맺게 하는 것이다. 변화의 능력은 밭에 있지 않고 씨앗인 말씀 안에 있다.
예수님은 오늘도 길가 같은 우리 마음, 돌밭과 가시떨기 같은 우리 마음에 말씀을 뿌리고 계신다. 이것이 우리에게 허락된 은혜이다. 말씀에 많이 노출될수록 우리 마음은 새롭게 변화될 것이다. 오늘도 단단한 내 마음에 말씀을 뿌려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말씀을 더욱 사모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황순환 목사
<서원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