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하나님의 음성

Google+ LinkedIn Katalk +

지난해까지만 해도 광장에서 농성하며, 데모한다면 의례 노조들이 자기네 권리를 보장하라고 정부를 향해 외쳐댔다. 그런데 올해는 정치권이 양분되어 지지세력까지 뭉쳐서 상대방을 맹비난하고 있어서 이 군중들의 시위를 잠재울 주체가 없다. 가뜩이나 행정의 수반인 대통령 자신이 내란의 우두머리가 되어 교도소에 구금되어 있으니 해결은 더욱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주말이면 광화문, 대학로, 서울역, 여의도, 경복궁역 등을 메우며 외치는 상반된 목소리는 커지기만 하고 민생은 뒷전이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 엇나가고 있으며 사법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이제는 온 나라가 헌재의 판단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상반된 양대세력의 아우성은 헌재의 판단마저 불복할 태세다. 80년 전 원조를 받던 이 나라가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가지고 원조하는 나라가 되어 개발도상국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 왔는데 이대로 무너질 것 같다.

IMF를 극복했던 저력으로 이제는 뭉쳐서 기도해야 한다. 세계적인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는 올해 106주년 3‧1절을 맞아 요즘 대한민국을 보면 너무너무 마음이 아파서 ‘이해는 대한민국이 전화위복이 되는 한 해’가 되도록 기도해야 한다며 ‘삼일 부흥절–지혜 아리랑’을 메들리로 작곡 작사 연주하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렸다. 과연 하나님께 기도하면 우리나라를 구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830만의 기독교인과 현재 87명의 개신교 국회의원들이 합심해 기도하면 이 난국을 타파할 수 있을까?

구원받은 기독교인의 기도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걸 쟁취하기까지 끝까지 목적달성을 위해 구하는 것이 기도가 아니다. 기도란 내 가치관이 바뀌어 이성을 초월한 천국의 주님 음성을 듣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변해서 하늘의 뜻에 순종하게 되는 게 기도의 위력이다. 내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것은 기복신앙이다. 다음과 같은 미국 원주민과 귀뚜라미의 일화가 있다. 

원주민과 친구는 뉴욕 시내에서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근처를 걷고 있었다. 때는 점심시간이었고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으며 자동차가 경적을 울리고, 택시가 모퉁이를 돌며 끽 소리를 내고, 사이렌이 울부짖었고, 도시의 소음은 거의 귀먹을 정도였다. 이때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요.”라고 갑자기 원주민이 말했다. “뭐? 이 소음 속에서 귀뚜라미 소리를 들었어?” 원주민은 잠시 주의 깊게 경청한 다음, 길 건너편으로 걸어가 관목이 자라고 있는 큰 시멘트 화분에서 작은 귀뚜라미를 찾아냈다. 그러면서 원주민은 초인적인 청력을 가졌다고 놀래는 친구에게 자기가 귀뚜라미 소리를 들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고 동전 몇 개를 꺼내서 조심스럽게 보도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그 잡다한 소음 속에서도 20피트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고개를 돌려 보도에서 딸랑거리며 떨어진 돈이 자기 것인지 확인하려고 돌아보는 행동을 보게 되었다. 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소음 속에서도 돈 소리는 듣는다는 일화다. 필자는 진정한 기독교인은 광화문 소음 속에서도 귀뚜라미 소리처럼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따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에게는 매일 군중이 늘어나는 집회를 알리는 유튜브를 보내오는 1960년대의 제자가 하나 있다. “집에서 조용히 기도하지 어쩌자고 광장에서 싸우느냐?”라고 했더니 “하나는 주사파 종북주의자이고 또 하나는 자유민주주의자들인데 싸워서 없애야지요”라고 했다. 사랑도, 용서도, 희생도, 섬김도 없는 기독교인의 목소리였다. 

신앙의 거장 여호수아는 하나님이 약속하신 가나안 땅에 들어가려고 여리고 앞에 이르렀을 때 한 사람이 칼을 빼고 길을 막았다는 성경 말씀을 기억한다. “너는 우리를 위하느냐 우리의 적들을 위하느냐?”(수 5:13)라고 여호수아가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고 우군과 적군을 가리고자 할 때 “나는 여호와의 군대 장관이다”라는 음성을 듣고 여호수아는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우군도 적군도 아닌 하나님이 보낸 사자의 음성을 들은 것이다. 

광장의 소음 속에서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믿음의 용사가 있었으면 한다. 요즘은 ‘승자 독식의 헌법에서 권력 분산형 헌법으로 입법을 서두르자’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것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제3의 목소리다. 하나님의 음성인지도 모를 일이다. 

오승재 장로

<오정교회 장로, 한남대학교 명예교수>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