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죄와 벌>을 읽거나 상선벌악(賞善罰惡)을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명심보감> 계선편(繼善篇)의 첫 구절도 “착한 일을 하는 자에게는 하늘이 복으로써 갚아주고 악한 일을 하는 자에게는 하늘이 재앙으로써 갚는다.”(爲善者, 天報之以福, 爲不善者, 天報之以禍)라고 되어 있다. 이 밖에도 “천지자연의 법칙은 광대해 엉성한 듯 보이지만, 악인에게 벌을 주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綱恢恢 疏而不失)는 말이 도덕경에 나와 있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 구약 성경에 나오는 욥의 고난이다. 욥은 동방의 의인으로 살았는데 인과응보(因果應報)나 권선징악(勸善懲惡)으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겠다. 욥은 재산이 모두 사라졌고(1:13-17) 자녀들이 모두 죽음을 당했다.(1:19) 욥 자신도 피부병의 고통을 당하게 된다.(2:7) 게다가 그의 아내마저 하나님을 저주하고 죽으라고 악담을 하기에 이르자 욥은 절규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든지 낳았을 때 곧 죽었든지 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탄식한다. 욥기의 주요 부분은 바로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의 문제를 놓고 욥과 멀리서 그를 위로하러 온 그의 친구들인 엘리바스(Eliphaz)와 빌닷(Bildad)과 소발(Zophar)간의 세 차례에 걸친 토론으로 구성되어 있다.(4, 5, 8, 11, 15, 18, 20, 22, 25장) 그들의 의도는 좋았지만, 자신들의 경험과 지식에 바탕을 둔 ‘자기중심적 신학’으로 욥의 문제에 접근했기에 그것은 욥의 삶에 연관시킬 수 없는 것이다.(욥기 3장-11장) 우선, 욥의 세 친구를 알아보자. (1) 엘리바스(Eliphaz/하나님은 금, 하나님은 집행자란 뜻)는 신학자(실용주의자)이다. 경험에 의존하는 사려 깊은 자로서 철학 전공자다. 죄를 범하면 고난당하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한다.(4:8/5:17) 하나님에 대해선 의로우신 분, 악인을 벌하시고 선인을 축복하는 분으로 이해한다. (2) 빌닷(Bildad/다툼의 아들이란 뜻)은 전통을 중시하는 논쟁자이다. 욥이 죄를 지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역사 전공자이다. 악한 자는 언제든 고난을 당하게 되어있다고 믿는다.(욥8:8) 하나님은 심판관이요, 언제든지 움직일 수 없는 입법자로 이해한다. (3) 소발(Zophar/털이 많다는 뜻)은 가정을 중시하는 직선적인 성품으로 정통을 중시하고 있다. 욥에게 죄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악인은 장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욥20:5) 하나님은 급할 수 없는 분 더 나아가 무자비한 분으로 이해하고 있다. (4) 또 하나의 친구인 엘리후(Elihu/그는 나의 하나님이란 뜻)는 신학자로서 예리한 논리를 견지하고 있다.(32-37장) 하나님은 순결케 하시고 가르쳐주신다.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낮추라고 주장한다.(욥37:23) 욥과 세 친구들이 벌인 3번의 논쟁을 비교해본다. (1) 첫 번째 논쟁에서 엘리바스는 죄없이 망한 자가 없다. 하나님께 징계받는 자는 복이 있다.(4-5장)고 말하고, 욥은 나를 불쌍히 여기라 난 살고 싶지 않다(6-7장)고 말한다. 빌닷이 자녀들이 죽은 것은 죄 때문이라(8장)고 하자 욥은 하나님은 선한 자나 악한 자나 다 멸하신다(9-10장)고 대답한다. 소발이 죄악을 버리면 고난이 끝날 것이라(11장) 하자 욥은 너는 잠잠하라. 하나님이여 대답해주소서(12-14장)라고 말한다. (2) 두 번째 논쟁에서 엘리바스는 하나님께 대적하면 환란을 당한다(15장)고 하자 욥은 너희가 나를 번뇌케 하니 난 소망이 없다(16-17장)고 답한다. 빌닷이 불의한 자는 대가 끊기고 재앙을 받는다(18장)고 하자 욥은 나의 고난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라(19장)고 답한다. 소발이 악인의 자랑은 잠깐이요, 반드시 망한다(20장)고 하자 욥은 악인이 형통하게 되는 것은 불공평하다(21장)고 답한다. (3) 세 번째 논쟁에서 엘리바스는 네 악이 크다 하나님께 돌아가면 다시 흥하리라(22장)고 하자 욥은 나의 가는 길을 하나님은 아신다(23-24장)고 답한다. 빌닷이 벌레 같은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 앞에서 의로울 수 있느냐(25장)고 하자 욥은 하나님의 뜻과 능력을 누가 감히 측량할 수 있느냐(26장)고 반문한다. 소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욥은 죽기 전에는 나의 순진함을 버리지 않겠다(27-31장)고 다짐한다. 욥기(1:21)의 결론이다. 욥기는 42장 1070절로 되어 있고 신약에서 36번이나 직, 간접으로 인용되고 있다.
김형태 박사
<더드림교회•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