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구역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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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만에 구역예배를 드렸다. 예전에는 매주 구역식구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렸다. 출근하는 남편은 당연히 빠지고 여자들끼리 모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각 집을 돌면서 예배를 드리고 간단히 국수나 국밥으로 애찬을 나누며 서로의 기도제목들에 대해 예배 때보다 더 풍성한 얘기를 이어가며 은혜받는 시간이 즐거웠다. 매주 하는 일이니 특별히 부담 가질 것도 없고 아주 편안히 일상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손님을 대접하는 것이 무슨 큰 행사처럼 인식되기 시작하고 여성들의 사회 활동과 취업이 늘어나면서 구역예배가 시나브로 줄어들어 갔다. 어느 새인지 채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아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더니 교회에서 주일날 군데군데 구역예배를 드리는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자연히 매주 드리던 예배가 월 1회로 줄어들고 교회 어느 공간에서 마치 요식행위를 하듯이 서둘러 예배를 드리고 애찬을 나누는 일도 자연히 없어졌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하고 교회에서 여러 부서의 봉사 시간이 모두 다르다 보니 쫓기듯이 예배드리고 서둘러 흩어졌다. 이런 상황이 많은 아쉬움으로 남았기에 심방을 받을 때면 온 구역식구들을 다 모시려 애썼다. 바쁘지만 함께 자리해서 정을 나누고 싶었다. 오늘도 그런 일념으로 우리 집으로 모셨다.

처음 전도 받아 나가게 된 교회가 대형이고 집에서 멀었기에 구역예배가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새신자일 때 사도신경을 외우고 ‘성도의 교제와’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그것이 뭐 그토록 중요해서 외워야 할 정도의 중요한 여기에 등장시켰을까 의아했다. 그러다가 어느 주일에 집에 일이 생겨서 교회에 못 나가는 날 틈을 내어 동네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상가 건물의 작은 교회에 예배를 드리러 갔다. 예배 끝나고 국수 한 그릇씩을 앞에 놓고 간곡히 붙드는 바람에 함께 국수를 먹으면서 교인들의 정담 나누는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아아, 이것이 성도의 교제구나. 그 해석의 옳고 그름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교회 생활의 아주 좋은 윤활유가 구역예배라는 생각은 지금도 내 마음 속에 가득하다.

교구장님들도 모시고 심방처럼 모였다. 목사님과 기도 제목들을 내놓고 속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들을 즐기고 은혜를 많이 받았다. 자주 이렇게 현관을 열고 싶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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