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일상같이 일상을 여행같이! 여행도 걸을 수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 여행은 가슴 떨릴 때 가야지 다리 떨릴 때 가면 개고생만 한다는 말이 있다.
부부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건 로맨틱한 일이다. 사진 찍고, 맛있는 거 먹고, 추억도 쌓고. 하지만 현실은? 여행 가서도 싸운다. 그것도 아주 격렬하게. 여행이 부부 싸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도 한다.
하와이로 떠난 한 부부. 아내는 “나는 방향 감각이 뛰어나!”라며 당당하게 내비게이션을 끄고 운전을 시작했다. 남편은 불안한 눈빛으로 “설마 길 잃으면 어쩌려고?”라고 했지만, 아내는 자신만만했다. 그리고 30분 후, 부부는 같은 길을 세 번째 돌고 있었다. 남편은 참다못해 “우리 혹시 하와이 원주민이야? 왜 똑같은 곳을 맴돌고 있어?”라고 폭발했다. 아내는 “길을 익히는 과정이야…”라며 변명했지만, 호텔에 도착했을 땐 남편의 표정이 냉동고 속 고등어보다 더 차가웠다.
여행 출발 전부터 전쟁이 시작되기도 한다. 짐 싸기 대첩이다. 남편은 반바지 두 개, 티셔츠 세 개, 속옷 넉 장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반면, 아내는 “이건 필수품이야!”라며 온갖 것들로 캐리어 두 개를 가득 채운다. 결국, 공항에서 무게 초과로 추가 요금을 내며 법석을 떨고 난리를 치렀다. 출발하면서부터 마음이 몹시 상했다.
여행의 하이라이트, 먹방 타임에서도 부부 전쟁이 일어난다. 파리로 여행 간 부부. 아내는 크루아상과 에스프레소를 즐기고 싶어 했지만, 남편은 “이거 먹고 배부르겠어? 국밥 없나?”라고 외쳤다. 아내는 남편을 위해 유명한 브런치 카페를 찾아갔다. 문제는 남편이 기대한 곳은 분위기 있는 고급 디저트 카페가 아니라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남편은 “내가 원하는 건 분위기가 아니라 밥이야! 무슨 인테리어 감상하러 온 것도 아니고!”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결국, 남편은 “이럴 거면 우리 집 앞 김밥천국에서 먹고 올 걸…”이라며 불평을 했고 아내는 “이래야 여행이야!”라고 당당하게 외쳤다.
서로 다른 취향 때문에 싸운다. 아내가 무드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남편은 맛과 양을 중요하게 여긴다.
일정 문제로도 싸운다. 남편은 “유적지 다섯 군데, 박물관 두 군데, 야경 투어까지!”라며 빡빡한 일정을 짰다. 반면, 아내는 “여행은 힐링이야, 호텔에서 좀 쉬기도 하자…”라고 했다. 결국, 하루 종일 피곤한 상태로 다닌 후 파김치가 되어, 아내는 “이건 여행이 아니라 군사훈련이야!”라고 외쳤다.
아침 일정은 가급적 늦추는 것이 좋다. 여행에서 새벽부터 풀 스케줄을 잡으면, 남편은 초반에 기진맥진하고, 아내는 점심쯤 기분이 상한다.
결국 여행이 끝난 후 남는 건 사진과 추억뿐이다. 기대에 차서 즐겁게 떠난 여행이 싸움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사랑이다. 그리고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새로운 문화를 접하며 서로를 더 알아가고 친밀함을 회복하는 좋은 기회이다. 사랑은 나 중심으로 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 중심으로 배려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그래야 한다.
남편들이여! 여행지에 떨어뜨려 놓고 오면 어찌하려고! 타지에서 미아 되지 말고 아내 말 잘 들어라. 아내 말씀에 토 달지 말고 아내 궁둥이 잘 따라다닐 일이다. 그게 노후 대책이다.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