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에는 세상이 보는 것과 하나님이 보시는 것이 다른 역설적인 면이 있다. 질그릇 같은 인간이라도 그 중심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모시고 있으면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것이 끝나고 망한 자 같을지라도 주님을 의지하면 결국에는 승리할 수 있는 것이 우리 기독교 신앙이다. 그러므로 기독교 신앙이란 하나님이 언제나 악을 선으로 바꾸시므로 놀라운 역사를 베푸는 역설적인 은혜가 넘쳐나고 있다.
I. 역설이란 무엇인가? 한글 큰 사전에서 역설이라는 말을 찾아 보니 ‘주위와 의견이 뒤집혀 지는 이론, 얼른 보기에는 모순 같이 보이나 사실은 모순이 아닌 이론’이라고 했다. ‘역설’을 헬라어로 표현할 때 ‘παράδοξον’(파라독손, par dox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 단어어 ‘παρά’(para, ‘옆에, 반대되는’) + ‘δόξα’(doxa, ‘의견,믿음’)가 결합된 형태로, ‘일반이 진리며, 믿음과 상식이라 인정받는 것과 반대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영어의 파라독스(paradox)의 어원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천천히 빨리 해라, 놀면서 부지런히 해라, 대강 철저히 해라. 이런 말이 역설이다. 그러고 보면 예수님은 놀라운 역설가시다. 예수님은 공관복음에서 5가지 역설을 말씀하신다. ①네가 받으려면 먼저 주어라(눅 6:38). ②네가 살려면 먼저 죽어라(요 12:24). ③네가 높아지려고 하면 먼저 낮아져라(마 20:26-27). ④네가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대접하라(마 7:12). ⑤네가 쉼을 얻으려면 먼저 멍에를 메라(마 11:29). 예수님의 말씀 가운데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모순된 진리에 반하는 말씀들이 많다.
II. 그러면 성경에 나타난 5가지 역설의 축복은 무엇인가? 첫째: 받으려면 먼저 주어야 한다(눅 6:38). 남에게 주게 되면 내 손에서 준 것만큼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준다고 말씀하셨다. 이것이 역설적인 진리다. 주면 당장은 손실인 것 같은 데 지나놓고 보면 큰 축복이 된다는 말씀이다. 둘째: 살려면 먼저 죽어야 한다.
그러면 죽는 것이 무엇인가? 목숨을 잃는 것이 무엇인가? ①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다(막 8:34). ②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막 8:34). ③ 그리고 예수님을 온전히 좇는 것이라고 하였다(막 8:34). 이것은 자기 죽음의 3대 법칙과도 같은 것이다. ‘죽는다’는 말을 ‘잃는다’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마 11;39). 셋째: 높아지려고 하면 먼저 낮아져야 한다.(마 20:26-27). 크게 높아지기를 원하면 크게 낮아져라. 남을 섬기면 위에 있게 된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닦아 주셨다. 발까지 닦아 주는 이는 머리 위로 올라가게 된다. 넷째: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대접하라(마 7:12). 대접을 받고 싶으면 대접을 하면 된다. 먼저 하면 돌아오게 된다. 다섯째: 쉼을 얻으려면 먼저 멍에를 메야 한다(마 11:28-30). 멍에를 메면 멍에만큼 무거워야 하는 데 멍에만큼 가벼워진다는 것이다. 주님이 주시는 멍에는 도리어 가벼워진다는 것이 역설이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멍에는 지면 가볍고 쉬워진다. 이른 아침 새벽기도는 무거운 멍에가 아니라 축복의 선물이다. 새벽기도하면 힘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축복이 된다. 멍에를 메면 더 가벼워진다. 영어속담에 ‘No Cross, No Crown’이라는 말이 있다. 십자가 없이 면류관 없다는 말이다. 찰스 스펄전(Charles Haddon Spurgeon, 1834~1892) 목사님은 말했다. “이 땅에서 십자가를 지지 않은 사람이 천국에서 면류관을 쓴 사람이 없다”고 했다.
III. 역설의 축복을 통해 배울 것이 무엇인가? 첫째: 우리의 위기는 하나님의 기회라는 점이다. 때론, 우리의 위기는 하나님의 기회일 수 있다. 우리가 위기를 맞아 주저앉아 울고 있을 때 하나님의 새로운 일을 시작하신다. 그래서 위기는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둘째: 내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은 다르다는 점이다. 마태복음 16장 22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실 것을 말씀하실 때, 베드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다. 결코 그렇게 돼서는 안 되고 자기가 어떤 일이 있어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23절에 예수님의 대답은,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라며 베드로를 책망하셨다. 요지는, 그것은 너와 사람의 생각이며, 하나님의 생각은 다르다고 하셨다. 그렇다. 우리는 내 생각에 사로잡히면 안된다. 하나님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찾으려 해야 한다. 많은 경우 내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IV. 결론으로 예수님은 5가지 역설을 말씀하셨다. ①받으려면 먼저 주라. ②살려면 먼저 죽어라. ③높아지려고 하면 먼저 낮아져라. ④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대접하라. ⑤쉼을 얻으려면 먼저 멍에를 메라.
하나님을 섬기는 그리스도인들은, 바울이 고백한 말씀을 깊이 묵상하며 살자.(고후 6:9-10)
마지막으로 「우리 시대의 역설」(The Paradox of Our Age, 미국, 목사, 작가)이라는 역설적인 주요 내용이 담긴 책이 있어 공유한다. ①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②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③소비는 많아졌지만, 생활은 더 가난해지고, ④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⑤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으며, ⑥모든 게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어졌다. ⑦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⑧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 ⑨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⑩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욱 나빠졌다. 이 글은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며, 물질적 풍요 속에서 인간성이 상실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예수님의 역설적인 말씀이 그립고 또 그리워지는 시대이다. 말씀과 기도로 거룩해지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역설적인 축복을 바라보며, 천국의 소망되시는 우리 예수님을 든든히 붙잡고 축복 받고 승리하시길 주의 이름으로 축원한다. 할렐루야!
신동실 목사
<산서교회, 한일장신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