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지켜야 할 책무… 장로도 목양의 동역자
교회 싸움, 이기는 것 아닌 극복해야 소멸돼
사소한 갈등도 감정 싸움 번지면 진화 어려워
몇몇 사람들이 나를 비판한다고 했다. 교회에서 장로로 시무하는 것을 ‘한 자리 해먹는’ 것으로 여긴다면 그 말도 맞는 셈이다. 또 언제부턴가 한국교회에서 장로가 되고 보직을 맡는 것이 ‘권력’으로, ‘특권’으로 여겨지고 있으니 그런 비판도 있을 수 있겠다.
내가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또 ‘신앙의 아버지’로 여기는 곽선희 목사님에게서 돌아섰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2대 목사를 지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은 피로 값주고 세운 하나님의 교회를, 8만여 성도가 의지하고 있는 이 소망교회를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교회의 당회장이자 제직회장인 동시에 공동의회 회장의 책무를 맡은 담임목사를 지켜야 하는 분명한 목적이 있기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것이 소망교회를 지키는 일이고 한국교회를 지키는 것이며, 따라서 생명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골 1:24)
이 말씀대로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감당함이 축복이요, 감사다. 내가 책임감을 남달리 더 크게 느끼는 것은 아파트 상가 한쪽에서 시작한 소망교회가 예배당을 건축, 증축하고 선교관과 교육관, 수양관을 지으면서 성장하는 동안 그 중심에서 봉사하며 모든 과정을 함께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때로는 괴롭기도 하지만 끝까지 도망가지 않고 생명을 걸고 교회를 지켜야 할 책무가 있다.
장로인 내게 있어 교회를 지키는 방법은 다름 아니라 담임목사님이 목회를 잘 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드리는 것이다. 목사님의 사역만 목양이 아니라 장로도 똑같이 교회를 지키고 세워나가는 목양의 동역자다. 목사와 장로는 그렇게 역할이 서로 다르면서도 협력‧보완하는 관계다. 그렇기에 각자가 그 소중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지나친 맹종이나 지나친 견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나님이 모두 귀하게 들어 쓰신다고 나는 확신한다.
비교해서 합격점 받을 지도자는 없다
소망교회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서 주로 나타나는 큰 갈등은 성장기를 주도했던 1세대 목회자들이 은퇴하고 2대 목사로 이어지는 시기에 불거진 것들이다. 교회 싸움은 대부분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의견이 갈라지는 데서 비롯된다. 목회 방침을 비판하는 쪽과 옹호하는 쪽이 나뉘다가 서로의 생각 차이, 방법의 차이가 분열로 발전하는 수순을 밟는다.
비교 대상인 1대 목사가 가까이 있을 때는 이런 차이가 더욱 커지게 된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원로목사 제도가 교회 화평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애초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그들 모두가 교회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교회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더 잘됐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작은 차이도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사소한 갈등도 감정싸움으로 번지면 진화가 어렵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때로는 정치적 술수가 사용되기도 하고 극단적으로는 심한 폭력까지 동원된다. 이런 교회 싸움은 어느 한 편이 이길 수 없다. 이겨도 남는 것이 없다.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극복해야만 소멸된다.
담임목사를 내쫓으려는 세력이 이기면 분열은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내쫓는 리더십’의 주먹만 남을 뿐 ‘교회를 세우는 리더십’은 없어지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싸울 때는 목소리 크고 주먹이 큰 사람, 술수가 능한 사람이 대장이 돼 한몫을 한다. 그러나 싸움이 끝난 뒤로는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지 못한다. 내쫓는 방법에만 몰두했을 뿐 교회를 다시 세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거기 동조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앞장서서 주도했던 사람이건, 적극적, 혹은 소극적으로 동조했던 사람이건, 싸울 때는 하나지만 싸움이 끝나면 뿔뿔이 흩어져 또다시 서로 충돌하고 갈등하게 된다.
그럴 경우 교회가 다시 영적 리더를 세우고 영적 지도력을 회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교회가 분열된 상태에서 후임 목사 청빙은 더 어렵다. 소망교회를 비롯해 세대교체 과정에서 갈등이 커진 교회들이 적지 않지만, 2대 목사를 대충 청한 경우는 거의 없다. 세습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름다운 세대교체를 위해 온 교회가 총력을 기울여 준비하게 마련이다. 소망교회도 오랜 시간 엄청난 공을 들여 조사하고 그 시간 내내 온 성도가 기도하면서 준비해서 겨우 후임자를 선정했다. 이렇게 결정하고 모셔온 목사님도 숱한 비판을 받는데, 상처투성이로 2대 목사가 밀려난 후 다시 선정된 목회자가 영적 지도자로 자리 잡기는 얼마나 더 힘들 것인가? 게다가 이제는 비교할 대상이 하나에서 둘로 늘어난 셈이다. 분명한 사실은 ‘비교’를 해서 합격점을 받을 교회 지도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세대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의 유일한 해법은 도덕성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2대 목사가 정년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2대 목사로는 50대 중반을 넘어선 검증된 경험자를 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교회를 섬기는 장로들이라면 특별한 결격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2대 목사가 정년까지 사역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교회에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세대교체 당시에 ‘바람직한 교체’로 안팎의 평가를 받았던 교회들이라면 내부 갈등으로 2대 목사가 물리적으로 물러나게 해서는 안 된다. 소망교회, 사랑의교회 등 많은 대형 교회들이 세대교체 후 갈등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지만, 2대 목사가 밀려나고 나면 교회는 거친 풍랑 속에 선장도 없이 떠 있는 배와 같은 처지가 될 것이다. 그 배는 이내 암초에 부딪쳐 좌초할 수밖에 없다.
박래창 장로
<소망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