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원, 코드 원”
‘대통령 암살 음모죄.’ 법이 없던 시절, 그게 바로 내 죄명이었다. 청와대 경호실에서 바로 연락이 오는 바람에 공군 전체가 다 뒤집혔다. 나는 체포되자마자 헌병 수사대로 끌려가 바로 현장 검증을 했다. 그러고는 밤새도록 슬리퍼로 두들겨 맞아 가며 사건의 경위에 대한 수사를 받아야 했다.
“외국에는 구급차를 가장한 암살단이 많단 말이야. 그러니 각하께서 얼마나 놀라셨겠냐!”
충성스러운 헌병대 조사관이 각하의 안위를 염려하면서 나를 취조했다.
다음날 나는 일주일만 있어도 사람이 이상하게 변한다는 군기 교육대로 보내졌다. 군법회의가 열리는 동안 나는 군기 교육대에서 벌을 받아야 했다. 내가 연루된 사건은 참모총장이 보고하고 공군 전체가 다 뒤집혔을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게다가 대통령이 법이었던 시절, 우상과도 같던 대통령의 안전을 위협했으니 군기 교육대에서 온전히 살아 나오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군기 교육대에는 문제 병사들을 다루는 담당 중사가 있었는데,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런데 내가 들어갔을 때 다행히도 그 중사가 없었다. 바로 전날,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내게 징벌을 가해야 할 사람이 사라진 그곳에서 나는 일주일 동안 기도만 했다. 하나님께서 내가 기도할 수 있도록 모든 상황을 정리해 놓으셨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일이었다.
너무 큰 사건이라 앞날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었다. 어쩌면 영창에 간 다음 백령도 같은 최전방에 보내질 수도 있었다. 나는 주님 앞에 두 가지 제목을 놓고 간절히 기도했다.
“어느 곳이든 주일을 지킬 수 있는 곳으로 보내 주세요. 그리고 남은 시간을 이용해서 영어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 주세요.” 군기 교육대에서 일주일 동안 간절히 기도했다.
군법회의에서 나는 영창 15일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나를 감독했던 수송대 윤 상사라는 분이 나를 영창에 보내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다. 그는 수송대 감독관인 백사에게 와서 나를 적극 변호했다. 잘못이라고는 급하게 부대에 들어와야 해서 차선을 변경한 것뿐인데, 대한민국 어느 법이 그걸로 영창을 15일이나 살게 하냐며, 내가 영창에 가면 자신이 옷을 벗겠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분의 인품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하나님께서 나를 보호하시기 위해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시고 나를 돕게 하신 것이 분명하다.
백사의 방에서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는데 중위 한 사람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중위가 운전병 한 사람만 바꿔 달라고 애원했다. 전날 항공대학 공군학군단 단장의 운전병이 밤새 술을 마신 후 운전을 해서 차가 인도로 올라가 버리는 사고가 났다고 했다. 그 사실을 안 대령이 당장 운전병을 바꾸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