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고향 그리움으로
세월을 순간 순간 헤아리며
진한 향수를 안고 가는 장로님들은
북녘땅 어딘가에 꽂혀만 계신다.
저마다 고무줄 당기듯
그립다하면 멀어만 가고
어느날 밤엔 꿈으로 헤엄을 친다.
그러기에 장로님에겐
향수로 활동사진 돌리기여라.
눈을 지그시 감으면
어릴 적 소꿉놀이가 돌아오고
교회 부활절이 하얀 옷으로 연극을 한다.
금년처럼 부활절에는
동네방네 심어논
그때 그 추억이 되살아온다.
향수에 젖는
그날 그곳이 있기에
마냥 소년으로 세월은 멈추고
마음만은 그 옛날 그대로라
장로님은 늘상 기다림의 주인이어라.
희껏 희껏 머리칼은 변하였어도
고향은 뚜벅 뚜벅 눈을 껌벅이며
한걸음 두걸음 걸어서 온다.
고향 친구를 만나면
사투리의 억양은 더 또렷하게 웃음을 만들고
동구밖 마당놀이는
그때나 지금도 늘상 그대로여라
꽃망울 터지는 봄의 소리가
향수를 그리는 장로님의 노래이어라.
뉘겐 이곳은 타향살이
하늘 아래 그 어딘들 그리움일찐대
봄날에 들어서니 향수만 돋아나
더더욱 저 하늘 고향이 더 그리워라.
<시작(詩作) 노트>
내가 존경하는 장로님들 중에는 이북 땅에 고향을 떠나 온 실향민 장로님들이 여럿 계시다. 신앙 하나만을 지키느라 고생 고생 여정을 딛고 오신 장로님들이다. 그들 장로님들은 지금쯤 교회 절기인 부활절을 맞으면 그때 그곳에서 교회에서 지낸 부활절 잔치로 기뻐했던 추억을 그리며 더욱 향수에 젖는다고 한다. 구약성경 창세기 말미에 요셉이 애굽으로 팔려가 긴긴 세월 고생 고생 끝에 성공해 형들을 만나 고향을 그리워하며 특히 아버지 야곱의 근황과 동생 베냐민을 그리워하는 모습과 같다고 하겠다. 장로님들은 신앙 하나만을 위해 월남하신 후 교회를 섬기면서 여러 면으로 돋보이는 성공을 하셨어도 보이는 성공보다 믿음을 더 지키며 그 신앙을 유산으로 후대들에게 남겨 주심이 그 무엇보다 존경스러워라.
김순권 목사
<증경총회장•경천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