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을 돌이켜 보면 사업과 정치를 할 때나 혹은 건강지킴으로 하는 골프를 비롯해서 서로 필요에 따라 어울리며 함께하는 여러 단체에 가입 소속되어 있다 보니, 외국여행을 자주 가게 된다.
물론 유관단체인이나 동호인과 함께 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가족이나 부부와 오붓한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시기와 때에 따라 여러 가지 명목상의 이름으로 여행을 다니다보니 거의 세계를 다 돌아본 것 같다.
어떤 유명 관광지나 세계적 명소는 몇 번이나 가본 곳도 있으니 동서양 육대주를 거의 다 돌아본 느낌이다. 어떤 곳에서는 찬란한 역사와 문물을 접하며 식견을 넓히고 하나의 배움과 교훈을 얻고 오는 곳도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곳은 잔뜩 기대를 하고 갔는데도 소문과는 달리 실망만 잔뜩 안고 돌아오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는 특히 인적인 관광자원의 활성화와 관광산업을 매개체로 활발히 국가가 움직이는 곳마다 주민들의 의식과 현재를 게을리 하는 비전 없는 절망적 사고방식이 더욱 문제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가는 나라마다 전통과 풍습, 그 나라만의 고유의 문화와 문명을 접할 때마다 참으로 세계는 넓고 인간의 살아가는 양식이 이렇게 다른가 하고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한 뛰어난 민족정신과 훌륭한 지혜와 두뇌를 가진 민족이 잘못 만난 위정자들 때문에 빈곤의 수렁에서 한 끼의 식량조차 구걸하는 처절한 삶의 현장을 보는가 하면 작은 국가라도 단결하고 훌륭한 정치 지도자를 만나 노력해 그 나라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꽃 피우며 기술과 재능을 한껏 개발 발휘해 부유한 나라로 승화시키고 높은 삶의 질과 만족도로 인생의 여유를 즐기는 나라를 보며, 좋은 정치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그 민족 최대의 축복이라고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적인 자원과 민족혼, 풍속도 외에 기후적 영향이 미치는 국민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기온과 날씨가 그 국가의 민족성과 성장도를 더욱 높이는 원인으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사철의 구분이 뚜렷하고 알맞은 기온으로 다양한 먹거리가 풍부하고 다양한 농산물로 식생활의 만족도는 물론 산업화의 기초가 된 우리나라 같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사철이 구분 없이 일 년 내내 40도를 웃도는 열대지방 특유의 고온다습한 곳으로 하루에 겨우 몇 시간도 집중해서 일하기도 곤란한 국가들도 이 지구상에는 수없이 많은 것이다.
이 가운데 북유럽의 스웨덴이나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은 내가 가본 국가 중 가장 인상에 깊이 남아있는 나라들이다. 우선 천혜의 자연이 주는 맑고 신선한 온대성 기후와 자연보호가 잘 되어 있어 마치 국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원 같았다.
우리나라와 같은 고층아파트 대신 그 나라 고유의 모습을 한 주거지와 개성과 독창성을 나름대로 살린 작은 아파트들이 주위의 경관과 어울려 마치 그림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곳곳마다 그곳의 운치와 어울리는 숲과 나무들로 이루어진 조경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듯 선연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람들마다 어떤 특유의 여유로움이 넘쳐 보였고 다들 자신감으로 충만했다는 점이다. 일찍부터 사회보장제도가 잘 발달되고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 의회주의가 근간이겠지만 결코 누구를 간섭하거나 참견하는 법이 없이 모두들 개인주의를 철저히 즐기는 여유로움이 넘쳐흘러 부러울 지경이었다.
그렇다. 자유분방한 점과 낙천주의적 정경이 곳곳마다 그 나라 특유의 문화와 인적자원이 되어 더욱 자신감을 갖는 것 같았다.
결코 무슨 일이든 서두르거나 조급하거나 성냄이 없고 그 어떤 시비나 충돌 없이 모든 것이 안정된 가운데 서로를 배려하는 존중과 감사가 뜻이 되고 역사가 되는 가운데 하나의 커다란 질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참으로 부러웠다.
이것은 우선 천혜의 자연경관과 기후와 기온 덕분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일찍부터 모범적 의회주의 도입으로 정치가 안정되어 있고 머나먼 혜안을 내다보는 국가정책을 국민이 잘 따라준 덕분으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사회복지제도가 정착된 국가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더구나 정치, 경제의 안정에 기인한 듯 수백 년을 이어오는 기업은 다반사고 천년의 이름을 가진 기업들도 있어 놀라움의 극치가 되었다.
수십 대를 이어온 가업을 기존으로 세계적 브랜드가 된 일류상품을 제도화해 국가의 자존심으로 우뚝 선 산업들이 곳곳마다 존재하는 것은 그 나라만의 국민성과 관습, 전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믿어졌다.
나도 광역자치구의 의회 의장을 해 봐서 알지만 그 나라 고유의 잘못된 전통과 인습은 참으로 고칠 수 없는 병폐와 하나의 치부이다. 우리나라도 부지런한 국민성과 단결심 하나로 자원이 없어도 세계의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 있지만, 극복하지 못한 난제는 성격이 급한 민족성과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 폐단과 순수하지 않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늘 보아온 터라, 북부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돌아보며 인간 중심의 오래된 정책과 인간존엄, 즉, 남을 배려하고 양보하며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 개인주의가 큰 틀의 사회질서 안에서 용해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어떤 여유로움이 낭만주의와 낙천주의의 원인으로 승화되지 않았나 싶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의 삶의 가치를 최대한 존중하는 국가로 자유와 개인주의의 우월성을 한곳에 집약하는 오랜 정책성이 믿음과 신뢰로 승화되어 그 국가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지금도 이들 국가는 다시 또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들로 내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양한석 장로
• 문현중앙교회
• 시인
•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