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바울의 시대 세상은 로마가 제국을 이루던 때입니다. 그때까지 세상은 애굽에서 앗수르, 바벨론에서 페르시아, 그리고 알렉산더와 그의 후계 헬라 제국들로 이어졌습니다. 다니엘은 세상의 권세가 느부갓네살의 나라 바벨론으로부터 페르시아, 헬라와 로마까지 이어지고 그렇게 된 후 세상의 종말이 올 것에 대해 전했습니다.
로마는 그 모든 제국들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가장 잔인한 제국이었습니다. 그들은 처음 제국을 세운 이래로 약 500여 년에 걸쳐 이탈리아 반도와 지중해 일대로 제국을 확장하면서 여러 나라와 민족과 전쟁을 벌이며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들은 정복한 나라 사람들을 시민이나 식민지 사람, 혹은 노예로 삼았고 강력한 독수리의 발톱으로 그 땅과 사람들을 압제했습니다. 역사 속 모든 제국이나 나라들이 다 그렇듯 로마는 두 얼굴의 나라였습니다. 폭력적인 정복과 압제로 사람들을 고통 가운데 빠뜨렸지만, 그들의 통치는 당대 사람들이 로마라는 이름 아래 평화를 이루도록 이끄는 힘이기도 했습니다.
바울이 태어난 길리기아 지방은 소아시아 남동부에 위치했는데, 주전 103년 이후부터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로마는 길리기아가 오랫동안 지중해 해적들의 침략과 강탈로 고통받았다는 것을 잘 알았습니다. 그래서 강력한 군사력으로 일대의 해적을 소탕하고 길리기아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 주었습니다. 길리기아 사람들은 그런 로마를 무서워하기도 하고 환영하기도 했습니다.
길리기아에서 태어나 자란 바울은 제국이 가진 야누스와 같은 모습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강력한 제국과 그 통치자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전하고 나누는 ‘도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로마의 권세를 발판으로 삼고 그들이 세운 체제를 기반으로 제국의 곳곳으로 다니며 전도 활동을 펼쳤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세상 나라 권세는 한편으로 대립해야 할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두려워하며 존중해야 할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나라의 최종 통치가 성취되는 날까지 하나님께서 도구로 삼으신 세상 권세에 대해 선한 마음으로 복종하고 두려워하며 존경하는 마음도 가져야 합니다.
강신덕 목사
<토비아선교회, 샬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