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세상 살면서 풀어야 할 것이 참 많다. 개도 안 걸린다는 오뉴월 감기에 걸린 약골들은 코부터 풀어야 한다. 코가 막히면 숨이 막히니 살 재간이 없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산수 문제를 풀어야 한다. 산수 잘한다고 대통령 되는 것도 아니고 재벌 회장 되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그냥 풀어야 한다. 건달들은 근질근질할 때 몸을 풀어야 한다. 몸이야 해산이 가까운 만삭의 여인네들도 풀어야 한다. 몸 풀 때 잘 풀어야지, 안 그러면 평생 병이 된다. 해산한 여인들은 젖을 풀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젖몸살을 앓게 되고 무지하게 고생한다.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갈증도 풀어야 한다. 그리고 지긋지긋한 명예욕이나 권력욕도 풀어야 한다. 사람은 우주의 신비도 풀어야 하지만 우선 내면의 화부터 풀어야 한다. 실타래를 풀어야 뜨개질이 되고, 밀가루를 풀어야 수제비가 되듯이, 기분부터 풀고 적개심부터 풀어야 생각이 정리되고 판단이 바르게 설 수 있다. 무릇 지도자들은 욕심을 풀어야 바른 길이 보인다. 경쟁심을 풀어야 나와 다른 남을 존경할 수 있고 칭찬할 수 있고 손을 잡을 수 있다.
요즘에는 말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많다. 무슨 열등감이 그리도 많은지 모르지만, 저 잘났다는 얘기를 한풀이 하듯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늘어놓는다. 현대인들은 대화를 풀어가는 방법에 서툴다.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도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뒤늦게 아차 하지만 그때는 이미 상대방이 마음에 만리장성보다 더 단단한 벽을 쌓아 놓은 터라 감정을 풀기가 무척 어렵다. ‘인간관계=원수 만들기’의 등식이 성립하는 세상에서 사람 만나기가 두렵다. 그래도 맺힌 실타래 같은 응어리는 풀어야지 어떡하나?
21세기 과학 문명이 발달된 현대 사회에 점보는 집이 자꾸 늘어가는 현상은 풀어야 할 미스터리이다. 믿을 만큼 믿은 사람들이 혹세무민의 이단과 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지는 반복적 현상은 풀어야 할 미스터리이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빠지면 180도 다른 인간이 되는 현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이다.
미스터리가 어디 그뿐인가? 소위 예수 잘 믿는다는 종교 지도자들이 재물과 명예와 권력에 욕심을 내어 거짓말을 일삼고 재판을 굽게 하고 선거판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자기편 감싸기에 혈안이 된 현상은 풀어야 할 최대의 미스터리가 아닌가?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