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미국 「알래스카」에 얽힌 비화(秘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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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크게 바가지를 쓴 거래’를 뜻하는 말로 《수워드의 바보짓(Seward’s Folly)》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표현의 배경에는 역사적으로 큰 획을 긋는 대사건이 숨겨져 있습니다. 「수워드(William Henry Seward)」는 16대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 시절, 그리고 17대 존슨(Andrew Johnson) 대통령 시절, 미국의 국무장관을 역임했던 사람입니다. 

수워드가 국무장관에 재임 중이던 1867년, 제정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명을 받은 러시아의 주미공사(駐美公使) ‘스테클’로부터 다음과 같은 제안을 받습니다. “수워드 장관! 본국의 황제로부터 ‘알래스카’를 귀국에 양도하라는 명을 받았는데, 장관께서는 인수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이 같은 사실은 당시 대통령인 앤드류 존슨에게 즉시 보고되었고 존슨 대통령은 거래의 전권을 ‘수워드 국무장관’에게 위임합니다. 

급히 협상팀을 꾸려서 러시아로 달려간 ‘수워드 국무장관’은 1867년 3월 29일 저녁부터 러시아측 담당자인 스테클 공사와 밤샘을 해가며 협상을 벌여 이튿날 아침에 계약서를 완성합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양국의 대표가 서명까지 마침으로써 알래스카는 미국의 영토가 됩니다. 계약서의 세부내용으로 “러시아 국영 무역회사가 미국 정부에 빚지고 있던 채무 700만 달러(한화 약 80억 원)를 탕감”하는 대신 러시아정부 소유의 알래스카를 미국정부에 넘기는 조건이었습니다. 사실상 러시아에게 빌려준 700만 달러는 자칫 떼일 수도 있던 미수금(未收金)이었는데 이것을 대가로 해 큰 대륙을 통째로 넘겨받은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위로금 명목으로 20만 달러를 러시아에 더 지급하고 계약을 마무리했습니다. 당시의 시세(時勢)를 우리 셈법으로 계산하면 평당 1원이 채 안 되는 거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빅딜(bid deal, 대형거래)’을 성공시킨 수워드는 미국 국내 정치가들에 의해 크게 조롱을 당합니다. 미 의회를 중심으로 “얼음 덩어리 애물단지를 떠 안았다.” “러시아의 농간에 넘어갔다” 등등. 미 의회는 앤드루 존슨 대통령을 탄핵 직전까지 몰아붙였으며, 결국 이 계약으로 말미암아 존슨 대통령은 정치생명에 종말을 고하게 되었습니다. ‘수워드 장관’ 역시 장관직을 사임해야 하는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내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신상에 닥칠 위험을 감수한 채, 수워드 장관은 ‘알래스카’는 훗날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신념과 애국심으로 계약을 밀고나가 성사시켰습니다. 

알래스카는 면적이 171만 7천854평방km로, 남한 면적의 15배가 훌쩍 넘는 거대한 땅입니다. 알래스카는 철광석, 금뿐만 아니라, 전세계 매장량의 10%에 달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는 물론이고, 임산자원인 목재와 빼어난 경관을 바탕으로 하는 관광자원에다 수산물에 이르기까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보물이 되었습니다. 알래스카는 지정학적으로 군사적 측면에서 러시아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전략적으로도 미국을 지구상에서 최강의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역사적 사건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한 수워드 장관의 거시적(巨視的) 안목과 희생정신이 오늘날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쏟아지는 수모(受侮)를 감수하고 묵묵히 자신의 신념을 관철했던 수워드 장관의 용기와 지혜를 오늘날의 미국은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던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박 대통령은 우직하게 밀어붙이면서 잘 마무리했으며 이것이 기반이 되어 눈부신 경제 발전과 세계10대 경제대국의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참담한 탄핵정국의 정치현실을 지켜보면서 약 160년 전, 미국 수워드 장관시절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한국교회는 역사의 고비마다 사회의 아픔을 짊어지고 역경을 이겨내며 사회를 선도했던 전력(前歷)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민주화 운동의 현장에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며 시대의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해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 번 역사의 부름 앞에 서 있습니다. 이 나라가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기독교인들이 단합해 회개하고 기도하며 국난을 극복하며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며 사회의 분쟁을 그치게 하는 ‘소망의 등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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