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월급생활자 시절의 박한길 회장 모습
‘Work and Life Balance’ 줄여서 ‘워라밸’이다. “워라밸 어떻게 생각하세요?” 젊은이들에게서 많이 받는 질문이다. ‘일 중독자'(Workaholic)로 살아가는 내 모습이 안타까워서 물어보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워라밸의 삶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혼란스럽다. 하루 동안에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것인가? 주간 단위로 맞출 것인가? 1년 단위로 맞출 것인가? 평생 주기로 맞출 것인가?
인생은 학습기간(0세~30세), 노동기간(30~60세), 노후기간(60~90세)으로 크게 나눌 수 있겠다. 학습기에 적당히 놀고 적당히 공부하고, 노동기에도 적당히 놀고 적당히 일했다면, 과연 노후기간에도 적당히 놀고 적당히 일할 수 있을까? 80세가 되면 대개는 일이 주어지지가 않는다. 설령 주어졌다 하더라도 감당하기가 버겁다. 평생 주기로 밸런스를 맞추려면 학습기와 노동기에 밤낮없이 열심히 하는 것만이 노년기에 라이프를 즐기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나는 칠십세까지는 ‘연중무휴 불철주야’로 일하겠다고 젊은 날부터 작심을 했다.
올해 칠십세가 되었다. 정말 쉼없이 체력의 한계를 넘어 달려온 날들이었다. 가끔 주변에서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살겠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나는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말한다. 왜 그 힘든 길을 다시 되돌아가느냐고 반문한다. 다시 살아도 더 잘 살아낼 자신도 없다. 주님 보시기에 완벽한 삶을 살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괜찮다고 위로해줄 나의 주님이 계시는 곳, 영광스러운 하늘나라가 눈앞에 다가오는 것이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데 되돌아간단 말인가!
워라밸이 좋다는 사람들에게 또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일은 인생이 아니고, 인생의 짐일 뿐인가? 그래서 어떻게든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피할 수 없을 때는 최대한 빨리 해치우고 삶을 즐기는 것을 해야할까? 일 속에는 어떠한 보람과 희열도 없는 것일까? 당연히 노예에게 일은 고역일 뿐이다. 일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없다면 일은 고역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자유시장경제 하에서는 자신 스스로를 노예 취급하지 않는 이상 노예처럼 일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쉬고만 있을 때보다, 일하면서 얻는 희열과 보람이 훨씬 크다는 것을 평생 느끼면서 살아왔다. 회사를 창업해 오너경영자로 살아갈 때 뿐만 아니라 17년 월급생활자로 살아갈 때도 주도적으로 일하며 느끼는 희열은 내가 받는 월급보다도 더 큰 보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하기 싫은 일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노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그 이유는 놀아봤지만 별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해외 바닷가 호텔에서 지내는 일도 열흘이면 지겹기 시작한다. 고급호텔 식사도 계속되면 칼칼한 라면국물이 그리워진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일하기로 작심했다. 물론 돈 버는 일만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복음을 전하는 일이 내 노년의 주업이 될 것이다. 워라밸 인생 전체를 놓고 숙고해 보자.
나는 돈 버는 일 보다는 돈 쓰는 일이 훨씬 어려운 것 같다. 세상에는 돈을 버는 방법에 관한 책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돈을 잘 쓰는 방법에 관한 책은 성경 이외에는 없는 것 같다. 나는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은 없다. 그러나 내가 가진 돈을 잘 쓰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삶을 마치는 그날에는 내 손에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기를 기도한다. 보통 사람들은 돈을 버는 것은 어렵고 돈쓰는 것은 쉬울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성경대로 돈을 쓰려면 쉽지가 않다. 마가복음 4장 20절 말씀에서 나는 돈 쓰는 기준을 나름대로 정했다.
“좋은 땅에 뿌려졌다는 것은 곧 말씀을 듣고 받아 삼십 배와 육십 배나 백 배의 결실을 하는 자니라” 나도 재정을 집행할 때는 30배 60배 100배 효과가 나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돈을 쓸 때 많은 고민을 해야만 가능하다.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할 때 수십 수백 배의 성과를 내는 것을 꿈꾸지 않는가? 애터미도 자본금 10억 원으로 시작했지만 매년 1천 억 원 정도의 이익을 내고 있으니 100배의 결실을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2024년 애터미의 국내외 매출액은 2조 6천억 원이었다. 돈을 집행할 때도 효과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 끝에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았다. 나는 죽기 전까지 학교가 부족한 나라에 기독교학교를 100개 설립을 목표로 잡았다. 허름한 천막 교실을 짓겠다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그 나라의 공립학교보다 시설이 좋아야 하고 100년 후에도 쓸만한 시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 온 선교사님들이 지은 학교 건물들은 지금도 대부분 훌륭하게 사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전통있는 명문학교라는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모델이 될 만한 고등학교를 천안시 아우내에 세웠다. 드리미고등학교이다. 나는 동역하는 선생님들에게 100개의 학교를 짓는데 돈은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지어보자고 했다. 선생님들이 처음에는 황당하다고 생각하고 농담으로 여겼다. 2년 동안 같은 얘기를 계속했다. 드디어 방법을 찾아내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지혜가 부족하거든 모든 사람에게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구하라 그리하면 주시리라” 야고보서 1장 5절 말씀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애터미 회장 박한길 장로는 기도하고 행동하는 신실한 교회 장로이다. 그는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부(富)를 이루고 국내•외 선교사업 뿐 아니라 육영 사업에도 심혈을 다해 헌신하고 있다. 창업 10년 만에 매출 연 2조 원, 1천500만 회원을 자랑한다. 또한 수많은 나눔 활동을 이어가며 2023년 기준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1.4%로 유통업은 물론 2023년 결산 매출 상위 500대 기업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나눔의 명가가 됐다.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데 더 열심이라는 박한길 장로는 주님께 받은 재물을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30배, 60배, 100배 결실을 맺도록 흘려보내는 데 매진하고 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