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 지중해를 정복하면서 해적들에게서 해방된 길리기아의 다소는 한동안 황제가 직접 총독을 파견해 다스렸습니다. 다소는 인근의 시리아와 소아시아 사이를 연결하는 교통 상의 주요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경제 활동과 문화가 풍성했습니다.
해적들이 지배하던 시절 살던 자리를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와 다시 경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다소의 지배자들은 도시 사람들에게 일정 금액으로 시민권을 얻도록 권장했습니다. 그래서 유력한 유대인들을 비롯한 여러 곳으로부터 유입된 사람들이 돈을 주고 다소의 시민권을 얻었습니다. 다소에는 특히 ‘길리기움’이라 불리는 직물이 유명했습니다.
이 직물은 염소털로 만들었는데 추위와 습기에 강한 이유로 장막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로마군의 야전용 장막을 위해 많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바울의 집안은 어떤 이유로 이곳 다소에 와 정착한 후 이 천으로 장막을 만드는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바울의 집안은 아마도 대량의 장막을 군납으로 공급하고 많은 돈을 벌었을 것입니다. 돈만 벌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울의 집안은 이때 로마군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로마 시민권도 얻었을 것입니다. 비슷한 시절 헤롯의 인기가 로마제국 곳곳에서 상한가를 이루자 덕분에 유대인들이 제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바울 집안도 로마 시민권을 획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바울은 날 때부터 주어진 로마 시민권의 특권으로 많은 혜택을 누렸을 것입니다. 그의 이름은 증명서와 함께 로마 곳곳의 공무소에 등재되어 있었으며, 그 자신도 증명서 사본을 소지하고 다녔습니다. 바울은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으며 종국에 로마까지 갈 명분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 특권을 자기 편리를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출신 특권을 복음을 위한 도구로 삼았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누리는 특권은 이기적 욕구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특권은 하나님 나라의 확장 그리고 복음 공동체의 공의를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얻은 세상의 특권은 모두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강신덕 목사
<토비아선교회, 샬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