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사순절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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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무슨 날을 정해서 기념하기도 하고 지키기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한두 번 하는 게 아니다. 그때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인간의 건망증과 우매함 때문에 그런 일들은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사순절, 기독인들에게 있어 이 때만큼 경건하게 지내야 하고 중요한 때가 또 있을까? 잘 알면서도 그저 그냥 지나쳐 버리고 일상에 묻혀 지내기 일쑤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 미련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중간에 서 있다.

마리아가 300데나리온의 향유를 아낌없이 쏟아붓고 머리칼로 쓰다듬으며 예수님의 장례를 준비하고 주님께서는 자신의 때가 가까웠음을 암시하는 말씀을 여러 번 하시면서 그때를 준비하게 하셨건만 제자들은 아무도 그런 낌새를 감지하지 못했다. 마지막 기도를 올리러 가시면서 여기 있으라 하셨건만 그들은 곤한 잠에 빠져 있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 잠시도 깨어있지 못하겠더냐는 말씀은 바로 지금 내게 그 기간조차 지킬 수 없더냐고 물으신다. 

그래요, 주님 그동안도 깜빡 잊고 세상에 홀려서 사는 이 어리석은 딸을 그래도 사랑하셔서 오늘도 지켜 주시니 고맙고 죄송하기 그지없사옵나이다. 이러기도 잠깐이다, 또 허우적거리며 세상 파도에 떠밀려 정신 없이 쏘다닌다. 나라가 걱정이라 하면서도 금세 기도하기도 잊어버린다. 십자가에 달리실 예수님을 생각하며 이 기간만이라도 몸가짐을 가다듬고 주님만을 묵상하며 그 거룩한 희생을 되새겨야 할 텐데 세속 사람들과 다름없이 그저 그냥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죄송한 일인가?

예수님 남은 기간만이라도 정신 차리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따르며 실천하고 사는 사람 될 수 있게 도와주시옵소서. 지하철 엘리베이터에서 떠나려는데 단추를 누르고 들어오는 사람도 용서하게 하시고 전철 안 노약자석에 앉으려는데 잽싸게 끼어들어 냉큼 앉아버리는 사람도 사랑하게 도와주시옵소서. 무슨 큰 죄를 짓는 것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느슨한 신앙심의 고삐를 확 조이게 은혜 베풀어 주시기를 원하옵나이다. 남은 며칠만이라도 예수님을 따라가 보는 자세로 달라진 삶을 살려고 애쓰는 사람 되게 도와주시옵소서, 아멘.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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