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시대 세상 읽기] 무릎을 꿇은 사과로 갈등을 극복하다

Google+ LinkedIn Katalk +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한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는 전쟁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면서 빗물이 흥건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참회의 묵념을 했다. TV 화면을 통해서 그 장면을 본 폴란드 국민들은 독일의 사과를 진정성있게 받아들였다.

긴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독일과 폴란드는 갈등의 골이 깊다. 나치 독일은 1939년에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인종 청소를 꾀하며 민간인을 포함해서 500만 명 이상 학살했다. 소련과 불가침조약을 맺고 폴란드를 점령한 나치 독일은 폴란드 국토를 소련과 양분했다. 독일과 소련 간에 전쟁이 시작되자 전쟁터가 된 폴란드는 초토화되었다.

1940년에 세워진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학살당한 폴란드인과 유대인이 400만 명을 넘는다.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이들도 고문 질병 굶주림 인체실험으로 고통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소련은 폴란드 동부의 영토를 차지하는 대신 독일의 프로이센 지역을 폴란드에 할양하고 1천만 명 이상의 독일인을 추방했다.

빌리 브란트는 1969년에 서독 총리가 된 뒤 동방정책을 펼쳤다. 바르샤바에서 무릎을 꿇은 사건을 통해서 폴란드인의 반감을 풀고 원한을 걷어냈다. 서독은 폴란드와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 폴란드 땅이 된 국토를 포기했다. 동서독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하고, 소련의 가스도 도입했다. 동방정책으로 동유럽 국가들의 의혹을 풀고 통일을 위한 디딤돌을 놓은 빌리 브란트는 1971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빌리 브란트가 무릎을 꿇고 헌화한 사진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2025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를 준비하는 교단장들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분열, 저출생과 고령화 등의 위기에 주목했다. 연합예배의 주제 ‘부활, 회복, 창조’는 부활의 능력으로 이루는 창조를 기원하며 사회와 공동체의 회복을 향한 소망을 담고 있다.

선교 140년을 맞는 한국교회도 빌리 브란트의 사과에서 배울 것은 없을까. 최근 한국교회가 사회갈등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있다. ‘역사의 중심, 사회의 중심에 서기는커녕 갈등의 중심에 서 있지 않은가’ 부끄럽게 여기는 소리도 있다. ‘이념을 신앙화하고 정치를 우상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평화의 사도답게 먼저 화해의 손을 내미는 기독교인이 되어 한국교회의 위엄을 회복하기를 기원한다.

변창배 목사 

 전 총회 사무총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