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긴과 보아스] 알바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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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에 현재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여자 청년이 있다. 장로님의 딸이다. 출생에서부터 지금까지 교회에서 자라는 모든 과정을 나는 알고 있다. 초등학교 때에는 교회 어린이 찬무단에서 아주 예쁘고 귀엽게 활동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심야기도회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찬송도 부르고 기도도 하고 말씀도 들었다. 무엇을 알고 앉아 있는지 모르고 앉아 있는지 모르지만, 어김없이 제일 앞자리는 금요일 기도회 때마다 그들의 차지였다. 어떤 땐 좀 어수선하기도 하지만 기도회를 인도하는 내게는 그래도 감사하다. 그래서 성도들은 그들을 가리켜 이름을 붙여 주었다. 내가 정 목사니 그들은 ‘정사모’란다. 그 중에 하나가 지금은 어엿한 여대생이 되었다. 여대생이 되었는데도 내 눈에는 아기 같은 모습이다. 지금도 여전히 아기처럼 애교가 만점이다. 

어느 날 그 여대생의 어머니 권사님과 함께 심방을 하는데 깜짝 놀라면서도 웃음이 터지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바 예배’를 아느냐고 나한테 묻는 것이다. ‘알바’는 ‘아르바이트’의 줄임말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다 알고 있다. 우리 딸이 교회 주일을 제외한 예배는 알바로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를 나올 때마다 아빠 장로님한테 알바비를 받는다는 것이다. 듣고 있던 모든 분들이 웃음이 터졌다. 그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니 예배 시간마다 제일 뒷자리에 앉아 있는 그 청년의 모습이 생각났다.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했다. 

마침 그 여대생 청년을 교회 복도에서 만났다. 언제나 명랑 쾌활하게 인사하는 청년에게 물었다. “오늘 알바 온 거니?”  깜짝 놀라며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아빠 엄마가 목사님한테 고자질 했구나 하는 투다. 그때부터 만날 때마다 놀려주기 위해 오늘 알바니? 하고 물었다. 알바로 예배를 드린다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볼 때마다 귀엽기 그지 없다. 지금도 내 핸드폰 갤러리에 초등학교 때 찍힌 개구쟁이 사진이 그대로 남아있다. 알바 예배를 드려도 시간 시간 빠지지 않고 나와 자신만의 정해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예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사랑스럽다. 옛날 생각이 난다. ‘개구쟁이라도 좋으니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구호가 있었다. 그 청년을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알바예배라도 좋으니 교회는 떠나지 마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다. 

며칠 전 심방을 하는데 우리 차 앞에 조그만 승용차가 멋지게 가고 있었다. 우리 차에 함께 타고 있던 권사님이 저 차가 우리 딸아이의 차라고 말씀해 주신다. 바로 그 알바 예배의 주인공이다. 차도 귀엽고 운전하는 청년의 모습을 생각하니 귀엽기만 하다. 교회 복도에서 만나 운전 잘하더라고 칭찬해 주니 또 명랑 쾌활하게 대답한다. 자기가 주차의 달인이란다. 알바 예배를 드려도 교회를 떠나지 않고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나와 지금껏 봉사도 하고 부서에서 임원도 하고 여전히 예배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참 감사하다. 초등학교 때에도 ‘정사모’로써 금요일 기도회 때마다 제일 앞자리를 지켜 주었고 여전히 대학생이 되어서도 예배의 자리를 지켜 주고 있으니 틀림없는 ‘정사모’다. 알바 예배가 신령과 진정의 예배가 될 때까지 지켜볼 것이다. 내가 귀엽고 감사하니 하나님께서도 귀엽게 보시고 반드시 축복해 주실 줄로 믿는다. ‘알바예배라도 좋으니 그 자리를 지켜다오’ 오늘도 그 청년을 보면 웃음이 나면서도 힘이 난다.  

정민량 목사

<대전성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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