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 행복한 선택 박래창 장로의 이야기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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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변화 속 복음 씨앗의 ‘폭발적 부흥’

어려움 이겨내 알찬 열매 맺어가

한국 교회 살리기 위함임을 절감

1950년부터 3년여 전쟁을 겪은 후, 총 인구의 3분의 1인 1천만 명에 달했던 피란민들이 각 도시로 섞여 들어갔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산업화에 따른 경제발전이 본격적으로 진행됐으며, 출산율 증가 및 농촌 인구의 대량 도시유입 등으로 인해 대형 아파트단지 및 신흥도시가 형성되는 등 인구의 도시집중화 역시 급속도로 진행됐다.

이런 일련의 현상들은 도시집중화에 따른 불균형을 낳기도 했지만 우리 민초들이 무속신앙, 토속 종교, 반상의 차별, 씨족 문화와 같은 정신적 올무에서 완전히 벗어나도록 촉매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천 년 동안 덮여 있던 두꺼운 껍질이 벗겨지면서 계층 간 경계가 사라졌고, 각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고 자기 운명을 선택할 지성과 자유가 생겼다. 계몽운동이나 억압 통치로는 수십 수백 년이 걸려도 안 될 개혁이 한꺼번에 이뤄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사회의 토양은 복음의 씨앗이 싹 트기에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그야말로 ‘옥토 중의 옥토’가 되었다. 모내기를 위해 잘 갈아놓은 논과 같은 상태가 된 것이다. 이 시기는 씨만 뿌리면 60배, 100배의 결실을 맺었던 폭발적인 성장기이며 부흥기였다. 1970년대부터 대형 교회가 출현하고 2000년대까지 급속도로 성장한 것도 그 영향이다.

초대형 교회들이 대부분 그때 시작됐다. 소망교회가 1977년, 사랑의교회가 1978년, 명성교회가 1980년에 설립됐다. 물론 아무 교회나 다 대형 교회로 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대형 교회들이 1세대 목사들 개개인의 능력만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1세대 목사들은 고생도 했지만 그 결실도 충분히 누렸다. 어떤 경우에는 과도하게 많이 누렸다. 몇몇 1세대 목사들 중에는 재벌 총수나 제왕과 같은 권력과 부를 누린 사람도 있다. 더러는 자녀에게 교회 세습이 이어졌고 수직적인 권력 구조와 독선이 교회를 지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형 개교회주의’도 심해졌다. 이러한 원로 목사나 또는 기득권 교인들이 후임 목사를 자신들의 잣대로 비교하고 비판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문화 토양이 다르고 사람이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젊은 후임 목사가 부임하자마자 교회의 기존 전통을 존중하지 않고 지나치게 많은 변화를 몰아붙여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도 있다. 후임 목사가 전임 목사보다 더한 권세를 누리고자 마치 점령군 같은 태세를 취할 때 그런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이렇게 해서 1대 목사와 2대 목사 간에 파벌이 생기면 필연적으로 충돌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그렇기에 1대 목사 은퇴 후, 또는 2대 목사 부임 직후에는 서로 존중하고 거리를 두고 시간을 벌며 기다려주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교회 제직들의 책무는 목회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협력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교회의 성장이 1세대 목사의 능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한다면 후임 목사를 1세대 목사와 비교하고 다른 점을 질책하면서 몰아세울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특히 장로는 달라진 시대, 달라진 환경의 험한 파도를 후임 목사와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 시간을 벌면서 후임 목사가 교회 내부에 안착하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물론, 목사가 목회의 본질을 잃어버린 경우도 있고, 정치적인 계산만 앞세워 편을 가르는 경우도 있다. 더 드물게는 도저히 용인할 수 없을 만큼 정도(正道)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맹목적으로 목사를 지키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그런 경우는 아주 일부일 뿐이고, 대부분은 기대에 못 미치는 정도라는 것이다.

소망교회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나름대로 잘 극복해가고 있다. 너무 비옥한 옥토에서 잎만 무성하게 자라나던 교회가 어느 순간부터 낮에는 햇살이 따갑고 밤에는 서리가 내리는 추운 가을날을 겪어냈고, 그 덕분에 이제는 진짜 알찬 열매들을 맺어갈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갈등이 잘 해결되면 한국의 다른 대형 교회들의 세대교체 과정에도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하나님의 선한 방법을 분별하는 지혜

한국 교회의 갈등 상황에 대해 내가 조금이나마 조언할 수 있다면 그 자격은 오로지 먼저 갈등을 겪었고 극복을 해나가고 있는 소망교회의 장로라는 데서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과 논리는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지금의 한국 대형 교회들이 50년, 100년 이상 건강하게 이어지고 또한 한국 교회가 이대로 무너지지 않고 거듭나려면, 우선은 개척 1대 목사와 2대 목사의 세대교체가 잘 이뤄져야 한다.”

소망교회 갈등 초기에 CBS 사목을 역임하신 이용철 목사님을 우연히 만났을 때 들은 이야기다. 소망교회 문제를 선한 분별력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결정적인 말이었다. 사실 그때는 공감은 했어도 뜻까지 온전히 알지는 못했다. 그 말 속에서 한국 교회를 오래 걱정하며 기도해온 분의 깊이와 지혜를 느꼈을 뿐이다.

이후 소망교회 갈등이 심화하자 그 말이 참으로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망교회를 살리고, 나아가 한국 교회를 살리기 위해 2대 목사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기에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다. 명분과 가치가 분명하게 보였다.

감사하고도 신기한 점은, 소망교회 갈등의 중심에서 갖은 일을 겪고 많은 에너지를 썼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 극복해야 하는 일의 가치가 뚜렷했기 때문이었다. 시무장로로서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절체절명의 책임이자 소명이었다.

박래창 장로

<소망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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