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백이라곤 더플백 하나”
서울 시내에 있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려고 해도 새벽 일찍 일어나 추운 데서 버스를 기다리고 도서관 앞에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하는데, 나는 나라에서 제공하는 자가용을 타고 대학에 가서 내 자리에 앉아, 때 되면 차려 주는 밥을 먹으며 원 없이 공부할 수 있었으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항공대학에서 공부할 때 영어 단어를 3만 3천 개 이상 외웠다.
그때 외운 단어는 지금 뉴질랜드에서 학교와 선교 센터, 교회를 운영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렇게 나는 군대 생활의 반 이상, 2년 정도를 어느 누구보다 편안하게 지냈다. 주일 성수를 하다가 어려움에 처하니까 하나님께서는 대통령까지 움직이셔서 나를 건지셨고 가장 좋은 환경, 좋은 상황으로 인도하셨다.
학군단에서 근무하던 중에 영동 세브란스병원에 갈 일이 있었다. 거기서 내가 공군을 뒤집어 놓은 사고를 냈을 때 항공의학연구원에 있던 군의관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제대 후 그곳에서 정형외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보자 무척 반가워하면서 내게 이렇게 물었다.
“야, 나는 이제 제대도 했으니까 솔직하게 얘기해 봐. 참모총장이 네 큰아버지냐, 작은아버지냐?”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너 그렇게 큰 사고를 쳤는데 학군단에서 근무한다며? 도대체 누구 백이야? 이제 솔직히 얘기해 봐.”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에서 내가 가진 백이라고는, 더플백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내게는 삶 전체를 지켜주시는 하나님 백이 있습니다.” “야, 너 또 전도하려고 그러는 거지? 나한테만 솔직히 얘기해 봐. 궁금해 죽겠어.” “그게 진실입니다. 그때뿐 아니라 하나님께서는 군 3년 내내 기적을 보여 주셨거든요. 하나님은 정말 살아서 역사하십니다. 하나님 꼭 믿으세요.”
세상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눈 한 번 딱 감으면 지나갈 수 있는 주일을 예배자로 살겠다고 사서 고생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으면서까지 복음 전파에 목숨 거는 이유를. 세상 사람들은 절대 믿지 못한다. 믿음의 사람들이 옳은 의를 지키기 위해 애쓰다가 위기에 처할 때, 하나님께서 피할 길을 내시고 건져 내신다는 것을. 더 복되고 좋은 환경으로 인도하심을!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마 6:31-33)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