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봄인데도

Google+ LinkedIn Katalk +

때아닌 폭설이 쏟아지더니 이제 분이 풀렸는지 날씨가 화창하다. 그야말로 봄이다. 꽃시절이 빨라졌다고 난리들인지도 어느새 몇 해가 지났다. 이맘때면 꽃소식 못지않게 찾아드는 게 혼인 소식들이었고 청첩장이 수북이 쌓였었다. 박봉에 힘겹게 살던 젊은 시절엔 그 청첩장이 때론 무섭기까지 했다. 인사는 빠질 수 없고 돈은 부족하고 그야말로 돈을 꾸어서 체면을 지켜야 할 판이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청첩장 구경하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 나이가 들었으니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요즘은 모바일 청첩장으로 대신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러면 얼마나 좋으랴만 사정은 그게 아니어서 걱정이다. 

도무지 젊은이들이 혼인에 열성을 갖지 않는 건지 어떤 건지 혼인을 하는 젊은이가 아주 적다. 집 마련, 직장 등이 걸림돌이라는데 우리 젊은 시절도 살기 힘들었고 셋방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하는 것은 대부분 기본이었다. 직장도 요즘 못지않게 구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나이가 되면 혼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어서 적령기를 놓치면 부모나 당사자 모두가 서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한 집 건너 하나 정도가 혼인하지 않고 적령기를 넘긴 선남선녀가 넘쳐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곰곰 생각해 보니 우리 어른들이 예전과 달리 적령기 젊은이의 혼인에 무관심해지거나 방관자로 전락해 버린 탓인 것 같다. 우리 젊은 시절엔 온 국민이 모두 중매쟁이었던 것 같다. 이웃이나 집안의 처녀 총각을 서로 나서서 짝을 맺어주려고 애를 썼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부모들조차 자식들에게 혼인을 꼭 해야 된다고 성화를 대는 일도 드물고 제가 좋아야지 할 것 아니냐며 한발 물러서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남의 속 긁는다고 할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 옛날의 국민이 모두 중매쟁이이던 그 시절로 돌아가서 성실한 혼인 중매인으로 나서야 할 것 같다.

“생육하고 번성하라” 하신 창세기의 명령을 따라야 할 텐데 아예 혼인을 안 해 버리면 어쩌라는 것인가 말이다. 남녀가 짝을 이루어 가정을 이루라시는 말씀도 지엄하신 명령인데 왜들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겠다. 하루속히 잘못을 되돌려야 한다. 어른들이 혼인중매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