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시대 세상 읽기] 트럼프 발 관세전쟁, 높아지는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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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TT 체제와 WTO 설립으로 상징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자유무역 질서가 80년 만에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트럼프 발 관세전쟁에 대해서 주의 깊게 보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는 2025년 4월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 해방의 날’ 기념식을 갖고 행정명령 제14257호에 서명하고 발표했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불공정한 비관세 무역장벽을 유지하는 국가에 대해서 미국도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하며, 2025년 4월 5일부터 모든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4월 9일부터 총 57개국에 개별 상호관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의 경제적 독립 선언이라고 묘사한 이 행정명령은 상호 관세 부과와 글로벌 관세 정책 변화를 불러왔으며,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전쟁을 초래했다. 행정명령을 발표하자마자 글로벌 주식 시장이 대폭락하고 미국 국채수익률도 빠르게 올랐다. 

세계적으로 11조 달러, 한화로 약 1경 5천 620조 원, 2025년도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23배에 달하는 주식 가치가 사라졌다. 4월 3일 하루 동안 S&P 500 지수가 6.65% 하락하고, 4월 9일 상호관세가 발효되자 3.9%를 밑돌던 미국 국채수익률이 4.5%를 넘겨 급등했다. 위험자산 주식과 안전자산 국채가 동반해서 하락하는 이상 현상은 코로나 팬데믹에서만 발생했다. 

트럼프는 상호 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중국에 대한 관세는 104%에서 125%로 올리고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10%의 기본 관세 부과와 철강, 자동차 등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는 유지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만 관세 장벽을 높였다. 트럼프도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를 인정한 셈이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11일 밤 10시 36분(현지시각)에 중국산을 포함한 주요 전자제품에 상호관세뿐 아니라 기본관세 10% 부과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아이폰 등 전자제품 가격 폭등을 우려한 것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 관세폭탄에 84% 보복관세를 발효하고 미국 여행 자제령을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의 치킨 게임이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는 외국 제품 수입을 규제하고, 관세 수입으로 미국 산업을 육성해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미국인의 70%는 관세가 오르면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고 염려했다. 

영국의 유력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4월 3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무역정책은 19세기로 돌아갔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새로운 보호주의 시대’라는 사설에서 상호 관세 정책이 세계무역 시스템을 폭파했다며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을 확대하고 세계 번영을 주도한 시대가 끝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기독교 잡지 ‘서저너스(Sojourners)’ 대표 아담 러셀 테일러 목사도 4월 10일에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면서 언론이 트럼프 ‘무역 참사’의 진정한 피해자들을 다루지 않는다고 덧붙이며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지구촌은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 길로 가고 있다. 트럼프의 정책도 예측을 불허하도록 계속 변화할 것이다. 어떤 경제인은 씨름에서 수영으로 경기 종목이 바뀌는 것에 비유했다. 종목이 바뀌면 새로 기술을 익히든지 물에서 씨름하자고 주장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저출생 고령화의 수축시대를 사는 대한민국도 새로운 도전을 맞았다.

변창배 목사 

 전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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