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이 오면 박목월 ‘4월의 노래’ 시를 읽고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4월은 만물이 소생, 약동하는 달이다. 영국시인 엘리엇(T.S. Eliot)은 「황무지」에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망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었다” 엘리엇은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도 찾아오는 자연의 봄을 오히려 아파했다고 한다.
온 나라가 계엄과 탄핵정국 속 지난 100여 일간 사람들 마음속 온갖 분노, 증오, 두려움이 여과없이 분출된 시간이었다. 극도로 혼란했던 대한민국이 헌재의 선고 이후 안정을 찾아 순탄한 선거로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되어 사분오열되었던 국민들을 한마음이 되도록 이끌어 정치 과잉으로 시계제로 대한민국호의 연착륙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게다가 산불피해로 하루아침에 인명과 재산을 잃은 임시대피소와 거리에 나앉은 유가족과 이재민들에 대한 대책도 급선무이다.
한편,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해 스트롱맨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 정책,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슬로건 아래 미국 패권주의를 내세우니 전 세계가 요동친다. 일방적 관세전쟁 선언으로 각국들이 무릎을 꿇고 있다. 미국 국익 앞에 우방도 예외 없다. 이제는 나라마다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듯하다. 세계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치닫고 이러다간 한국경제도 0%대 성장을 예상한다고 진단한다. 백척간두 한국경제는 상호관세 발효에 환율전쟁 조짐까지 터널 속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제반 모순들이 대폭발 직전까지 고도로 응축된 상태에서는 물리학의 ‘카오스(Chaos) 이론’이 나비 한 마리의 가벼운 몸짓 한 번이 대폭풍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과 같이, 어떤 사소한 사건의 발생이 예상치 못한 커다란 사태를 불러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나비효과는 “중국 베이징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 짓을 하면 뉴욕에 폭풍우가 몰아 친다”는 의미로 미세한 초기조건의 변화가 증폭되어 그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한 성묘객의 조그만 실수로 인한 산불, 대통령의 사려 깊지 못한 12.3 계엄선언 그리고 트럼프의 독선적 관세전쟁 선포가 몰고 온 나비효과의 대폭풍우 소용돌이는 역대급 초강력 재난 속에 휩싸인 형국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바늘만 얹어도 부러질 수 있는 낙타허리 같은 임계점, 즉 ‘혼돈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 “대한민국은 ‘국난극복이 취미’라고 할 만큼 저력 있는 나라”라고 했다. 고도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고, 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때인 1998년 243만 명이 돌반지, 결혼반지까지 금 모으기에 동참해 외환위기를 극복해 세계인을 놀라게 했던 회복 탄력성이 높은 DNA를 가진 우리 민족이다.
오늘 위기의 현실 앞에 정치지도자들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국 민주주의 문제의 대 성찰을 통해 열린 사고로 전체를 조망하며 내일을 설계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민주주의를 이끌어갈 대한민국호의 초석을 다지는 기회로 삼도록 다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한국은 이미 몇 차례의 경제위기를 극복한 학습효과를 가지고 있다. 위기 때일수록 사회가 패닉에 빠지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계, 기업, 정부 그리고 국회가 경제 정상화와 조속한 회복을 위한 장단기대책 마련에 합의를 도출해 저성장 늪에 빠진 변곡점에 선 내우외환의 한국경제를 재도약하는데 역량을 모아 반석 위에 우리의 탄탄한 정치와 경제의 집을 지어 무너진 국격을 회복할 때이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에 고지가 저기인데 부활절을 앞두고 고난의 언덕길을 지나며 그래도 대한민국의 앞날에 고난 가운데 희망과 부활의 길을 소망해 보는 마음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함석헌 선생도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우리의 역사는 고난의 역사’라고 하지 않았는가?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 박목월 ‘4월의 노래’
조상인 장로
<안동 지내교회, 고암경제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