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함께하는 행복한 노년] 하나님이 주신 휴가를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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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평생을 흐트러짐 없이 근엄하게 신앙생활하신 형님 장로께서 최근 은퇴를 하셨는데, 은퇴 후의 그 길고 긴 일상을 어떻게 보내실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시간을 내서 형님을 위로할 겸 찾아뵈었는데, 축 처져 계실 줄 알았던 형님은 활기가 넘치고 오히려 마치 회춘하신 것 같아 보였단다. 지인은 의아해서 요즘 뭐 즐거운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하고 물었다. 형님은 웃으며, 요즘 살사댄스를 배우러 다니는데 얼마나 즐겁고 신나는지 매일이 행복해 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엄하신 장로님이 그토록 현란한 춤을 배운다니, 그것도 은퇴 후 70이 넘은 나이에 말이다.

앞서 지인의 형님인 장로님의 살사댄스 이야기는 조금 의외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여간 반가운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 의료과학의 발달과 풍부한 영양 섭취는 인간의 수명을 크게 연장시켰다. 그 만큼 기대수명도 길어져, 이제는 백년이라는 긴 노년의 시간을 내다보며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시간을 현명하게 보낼 준비를 하는 장로님께 박수를 보낸다. 

교회밖에 모르고, 교회에서의 삶이 전부인 교회의 어른들의 삶은 그만큼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교회생활로 사회의 친구관계나 인간관계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노인 성도들의 노년의 삶은 더 막막할 것이다. 그저 노년이 당황스럽게 다가와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해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럼에도 아직 늦지 않았다. 수고하고 값지게 맞이한 은퇴 이후의 삶, 노년의 삶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누리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다. 노년의 시간이 지루한 시간이 아닌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져 가기 위해서는 나만의 취미가 필요하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도 가족을 위해 무쇠처럼 일하고 헌신하다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한 아버지가 등장한다. 한 번도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나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한 취미를 가져본 적이 없는 아버지의 이른 죽음은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많은 우리네 삶이 그 아버지와 닮아 있어 필자도 많이 울었다. 

우리가 젊을 때는 일을 구하려고 이력서를 들고 뛰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은 것은 가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은퇴란 힘든 가족부양의 의무에서 비로소 놓임을 받는 시기이기도 하니 또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제부터는 평생을 고생하며 살아온 내게 선물을 주어도 좋다. 내가 즐거워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취미를 찾아서, 마치 젊은 시절 일을 찾듯이 이제 나의 취미를 찾아보자. 그렇게 시작한 취미생활은 나를 위한 최상의 위로이고 보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은퇴 이후에 삶은 이제 나만을 위해서 살아보라고, 자신의 즐거움에 집중해보라고 하나님께서 주신 휴가에 다름 아니다. 이제라도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것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찾아보자. 같은 드리마 속 노인이 된 여주인공은 요양시설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돌보는 섬김의 즐거움을 찾았다. 자원봉사활동도 좋은 여가활동 중의 하나이다.

교회도 노인 성도들에게만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 된다. 그분들이 즐거운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찾아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교회가 노인 성도들을 위해 최소한 이행해야 할 의무이자 보상이다. 한국교회 노인 성도들 모두 폭싹 속았수다!

*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무척 수하셨습니다’를 의미한다.

강채은 목사

<사랑교회, 前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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