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 주일은 본 교단 제44회 총회(1959년)에서 제정한 ‘노동주일’(4월 27일)이다. 교회는 해마다 이 시기를 맞아,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안에 있는 ‘노동’의 본질과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며 기도하는 주일이다. 노동은 인간이 피조물로서 하나님께 받은 거룩한 사명이며, 땀 흘려 일하는 삶은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소중한 순종의 길이다.
창세기 2장 15절에서 하나님은 아담을 에덴동산에 두시며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이는 노동이 인간의 타락 이후에 주어진 형벌이 아니라, 인간 창조 이전부터 주어진 사명임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일하는 존재이며, 그 일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아름답게 보존하고 가꾸어가는 동역자로 부름받았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노동 현실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는 많은 괴리를 보이고 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과도한 경쟁과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 산업재해, 임금체불, 장시간 노동, 저임금 등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질적 문제이다. 특히 청년들의 일자리 불안과, 돌봄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수고는 더 깊은 공감과 변화가 절실하다.
노동의 열매가 공정하게 나누어지지 못하고, 수고하는 이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우리는 단지 위로의 말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는 일터와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사명이 있다. 하나님은 언제나 억눌린 자의 편에 서셨고, 수고하는 자의 손을 붙드시는 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의로운 노동 환경을 위해 기도할 뿐 아니라, 실제적인 연대와 실천의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예수님께서도 이 땅에서 목수로 일하셨고, 제자들과 함께 평범한 노동자들의 삶을 살아가셨다. 주님은 노동의 존엄을 직접 보여주셨고, 일터에서 사람을 부르시며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셨다.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라면, 그분의 삶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일터 역시 하나님을 예배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또, 이웃의 노동을 귀히 여기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노동주일은 단지 노동자들만을 위한 날이 아니다. 일하는 모든 이들, 일할 수 없어 고통받는 이들, 그리고 이 땅에 정의로운 노동 질서를 세우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이 함께 기도하고 연대하는 날이기에 오늘 하루, 우리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나의 노동을 돌아보고, 우리 공동체 안의 숨은 손길들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 교회도 말씀과 기도, 그리고 작은 실천을 통해 이 땅의 노동이 회복되고, 일하는 자가 존중받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통로가 되기를 기도해 본다.
하나님 나라의 비전은 단지 교회 안에서만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가정, 직장, 거리, 공장, 학교, 병원 등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삶의 현장이 곧 하나님의 통치가 임해야 할 자리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어디서 일하든지 하나님의 일꾼으로 살아가야 하며, 우리의 노동이 정직하고 성실하며, 이웃을 살리는 일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또한 교회는 교인들의 노동을 축복하고, 일터 속에서 겪는 고난과 아픔을 함께 짊어지며, 더 나은 일터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나눔과 배려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노동이 고단한 이들에게는 위로를, 부당한 구조에는 정의의 외침을, 그리고 모든 일하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증언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수고한 대로 먹을 것이라 네가 복되고 형통하리로다”(시편 128:2). 모든 일하는 이들의 손길 위에,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넘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