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부모 가정 지원을 위한 100억 원 기부 (2019,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애터미를 창업하고 몇 달 후에 첫 월급 200만 원을 받았다. 20만 원을 봉투에 넣어 직원으로 같이 일하는 동생에게 주며 근처 학교에 가서 혹시 급식비 못내는 학생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지난 3년간 월세방에 살면서 아들 학교급식비가 밀렸던 아픈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할머니와 같이 살면서 급식비를 내지 못해 선생님 월급으로 생활하는 아이가 있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성경에 나오는 ‘긍휼’은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공감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나눔은 2014년,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부하며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되었다. 그리고 2019년에는 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맘’ 기금으로 당시 중견기업 역대 최고액인 100억 원을 사랑의 열매에 기부했다.
나눔은 전염된다. 가까운 예로 나의 나눔은 그대로 가족에게 전해져 지금은 나와 아내, 두 아들과 며느리, 손자까지 3대 9명이 합계 11억 원을 기부해 모두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되었다. 앞으로도 손자가 태어날 때마다 1억 원씩을 기부할 예정이다. 나는 또 2023년에 추가로 10억 원을 기부해 ‘1호 오플러스’(초고액기부회원)로 등록됐다. 2024년 1월에는 아내가 세종 사랑의 열매에 10억을 기부하며 전국 1호 오플러스 부부 회원이 되었다.
아내 자랑하면 반푼수라는데 그래도 얘기해보려 한다. 아내는 한부모 가정을 돌보는 일에 관심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꾸준히 기부를 해오고 있었다. 내가 개인보다는 애터미 법인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회사가 얼마까지 여력이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100억 원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아내가 눈을 반짝이며 그럼 100억 원을 기부하자고 했다. 나는 속으로 ‘100억 원이 뉘 집 애 이름인 줄 아나’했다. 참 대단한 여인이다.
사실 아내는 마음의 폭이 참 크다. 사업이 망했을 때도 나는 집과 생활비 줄이는 것을 주춤거렸는데 아내가 앞장서서 작은 셋방으로 갔다. 돈이 없을 때는 겨울에 가스비 몇만 원 아끼려고 추운 방에서 지냈다. 그런데 최근에는 50억 원의 사재를 털어 회원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매년 5억 원씩 10년간 집행할 계획이다. 8년 전부터는 콜센터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며 매년 입학금 전액을 사재로 지원해 왔다. 큰아들이 대학입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운 겨울 양말을 세 개씩 껴신고 아파트공사 현장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바라봤던 엄마의 아픈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후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아내는 대학에 입학했지만 학비가 없어 학업을 포기하고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회사 안에서 똑소리나게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고 소문이 난 지금의 아내를 열심히 구애한 끝에 결혼했다.
환갑이 넘은 아내는 이제라도 학업을 계속하겠다며 신학대학에 들어갔다. 신학대학에도 1억 원씩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바울 사도가 말한 대로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아는 여인’이다.
요즈음 결혼에 조건을 많이 따지는 젊은이들에게 믿음 하나만 보고 과감히 결혼하라고 말해준다. 현숙한 아내는 여호와로 말미암는다.
나눔에 대한 나의 지론은 ‘어려울 때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이다. 부자된 다음에 돕겠다고 하면 평생 못할 수도 있다. 돈이 있어야만 도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 가족들의 생계대책도 못 세워놓고 가는 것이 미안했다. 무언가 남겨줄 것이 없을까 생각하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것이 있는데 아직 나누어 주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아직은 웃어줄 수 있는 힘이 있고, ‘사랑한다’, ‘고맙다’, ‘수고했다’ 이런 말들을 할 수 있는데 자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아내에게 따뜻한 말을 아끼지 않는다.
가족과 이웃에게 따뜻한 미소와 손길을 내미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부이자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는 기부라고 생각한다. 물질만이 기부의 전부는 아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축복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입구를 벌려 더 부어주기를 기도하기보다 출구를 열어야 한다. 주님께 받았는데 아직 흘려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 있는지 성찰해볼 일이다. 이미 부어주신 것이 흘러가지 않으면 하나님은 더 이상 부어주시지 않는다. 축복의 통로가 되는 방법은 나에게 주어진 그 무엇이든 흘려보내는 것이다. 흘려보내는 출구는 닫아놓고, 입구만 벌려서 계속 부어주기를 기도한다면 ‘축복의 통로’가 아니라 ‘축복의 주머니’가 된다. 죽을 만큼 내보내면 그때 비로소 주님은 입구에 쏟아붓기 시작하실 것이다. 그래서 나는 돈을 버는 것보다 돈을 나누는 일에 더 많은 생각을 쏟아붓는다.
온 세상에 나눔이 전염되기를 기도하며….
애터미 회장 박한길 장로는 기도하고 행동하는 신실한 교회 장로이다. 그는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부(富)를 이루고 국내•외 선교사업 뿐 아니라 육영 사업에도 심혈을 다해 헌신하고 있다. 창업 10년 만에 매출 연 2조 원, 1천500만 회원을 자랑한다. 또한 수많은 나눔 활동을 이어가며 2023년 기준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1.4%로 유통업은 물론 2023년 결산 매출 상위 500대 기업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나눔의 명가가 됐다.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데 더 열심이라는 박한길 장로는 주님께 받은 재물을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30배, 60배, 100배 결실을 맺도록 흘려보내는 데 매진하고 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