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창립70주년을 맞이하면서 나는 그동안 40여 년을 열심히 목회하던 사역을 금년 말로, 정년 2년을 앞당겨 은퇴하기로 결정하고 서서히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감사하게도 성도들은 부족한 나를 원로목사로 추대하기로 결정해 주었고, 당회와 협의하며 은퇴를 준비하는데 가장 신중해야 할 일이 바로 후임목사를 결정하는 일이다. 이미 1년 전부터 70주년추진위원회가 구성이 되어 후임목사를 모시는 일도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웃 교회들이 새롭게 담임목사를 모시고 얼마가지 않아 큰 진통을 겪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심조심 신중히 후임목사를 모시는 일에 접근했다. 일반적으로 총회 기관지에 실리는 담임목사 청빙 광고를 보면 요구하는 서류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지원서, 이력서, 자기소개서, 사모자기소개서, 목회계획서, 최종학교졸업증명서, 신학대학원성적증명서, 멘토추천서, 현재시무교회최근주보, 최근설교동영상, 건강검진증명서 등 일류기업의 경력사원을 채용하는데 제출하는 서류 이상 가는 요구이다. 어떤 교회들은 지원서가 많이 들어왔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우리 교회 추진위원회에서는 후임목사님을 채용하지 말고 청빙하자는 의견이 위원 100%의 생각이다. 광고도 할 것 없고 지원서도 받을 것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모두가 잘 아는 분으로 가까이에서 우리 교회의 목회를 믿고 맡길만한 분을 모셔 오자는 의견이다. 그래서 추진위원들과 당회가 머리를 맞대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좁혀 나가기 시작했다. 가까운데서 잘 알고 이미 검증된 분을 모셔 오자는 의견으로 좁혀나가니 쉽게 의견통일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성도들 모두가 알 수 있는 목사님이 결정되었다. 지원서나 이력서를 받아 본 일이 없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추진위원들과 장로님들이 서로 의견충돌이 일어난 일도 없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처음에는 염려하고 걱정하면서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우리 기도를 응답해 주신 것이다. 교회가 너무나 평안하다.
한국교회를 가리켜 권위가 상실되었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참 많다. 성경의 권위, 목회자의 권위, 치리회의 권위, 헌법의 권위가 상실되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목회자의 권위는 출발부터 바닥으로 떨어진다. 교회가 영적 지도자인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직원으로 채용하기 때문이다. 지원서를 내면 서류검토 후 면접을 보고 설교도 시켜보고 인물도 보고 모든 성도들이 점수를 내어 선정한다. 고득점자를 선택해 교회직원으로 채용한다. 이때부터 목회자의 권위는 상실되어 버리고 만다. 그러고도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나 교회를 떠나라고 손절해 버린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목회자인 나 자신이 힘이 빠지고 씁쓸해진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우리 교회 성도들과 당회, 특별히 추진위원들께 감사한다. ‘바른교회 70년, 거룩한 교회 100년’을 향해 힘차게 도약할 다음 세대의 후임목사를 모시면서 모든 성도들이 하나가 되어 직원 채용이 아닌 영적인 지도자 목회자를 청빙하자고 뜻을 모아준 것에 머리숙여 감사한다. 후임목사로 결정된 목사가 현재 시무하고 있는 교회의 당회와도 정중히 예의를 갖추고 모셔 오기로 합의를 이루었다. 사실 생각이 다른 분들도 계셨음을 안다. 그러나 교회를 위해 서로 양보하며 자기 생각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교회의 품위가 아닌가 싶다. 다시 한번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한다.
정민량 목사
<대전성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