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역사에 길이 남을 악명”
그날도 단장은 안절부절못하면서 입에 담기도 힘든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부터 가속 페달을 밟았다. 엄청난 속력으로 중앙선도 넘고 앞에 가는 트럭의 뒤꽁무니에 바짝 대기도 하고 이리 박고 저리 박으며 달렸다.
백미러 속의 단장은 겁에 질려 차 손잡이를 붙든 채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급정거를 할 때마다 신음 소리가 들렸다. 한 시간 반을 그렇게 달렸더니, 부대에 도착했을 때 단장은 거의 초주검이 되어 있었다.
나는 욕먹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내리자마자 단장이 뜻밖의 말을 했다. “아침 먹었나? 빨리 가서 밥 먹으래이.”
예상 밖의 말에 속으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 후로는 어디로 가도, 차가 많이 밀려도, 차 안에서 찬양을 틀어도 뭐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찬양을 따라 부르며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아주 순한 양처럼 변한 것이다. 어느 토요일, 단장이 내게 간곡한 부탁을 했다.
“야, 내가 말이지. 내일 수원 비행장에서 동료 군인들이랑 골프 시합이 있거든. 내가 그래도 대령인데 어떻게 운전을 하고 가냐? 부탁인데, 나 좀 데려다 다오. 일요일이라 너 교회 가야 되니까, 내가 예배드리는 시간에 맞춰서 준비하고 있을게.”
대령이 사병에게 명령이 아니라 애원을 하다니. 그것도 감격스러운 일이지만, 다음 날 단장은 정말 골프 시합 시간보다 훨씬 일찍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공군 부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제대할 때 제대 보고를 하기 위해 공군본부에 갔다. 나는 2년간 학군단에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교육 사령부 소속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서류상으로는 여전히 공군본부 수송대 소속이었다. 학군단에서 2년 동안 편하게 생활했는데, 알고 보니 발령도 나지 않은 상태로 그 긴 시간 동안 몸만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정말 희한한 일이다.
군 생활 동안 일어난 많은 사건과 사고 속에서 하나님은 매 순간 역사하셨다. 사실 하나님의 사랑은 글로는 다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다. 군 생활 속에서 주일을 거룩하게 지키려는 작은 믿음을 보시고 눈동자처럼 나를 지켜 주신 나의 아버지 하나님을 찬양한다.
하나님의 의와 나라를 최우선에 놓고 결단할 때 하나님께서는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피할 길을 주신다. 그 누구도 하나님의 자녀를 건드리지 못하게 환경을 열어 주신다. 우리가 하나님을 높여 드릴 때, 하나님께서는 생각과 기대 이상의 방법으로 우리를 높이신다. 하나님만이 나의 피난처이시요, 힘과 도움이심을 찬양한다. 할렐루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보라 네게 노하던 자들이 수치와 욕을 당할 것이요 너와 다투는 자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될 것이며 멸망할 것이라 네가 찾아도 너와 싸우던 자들을 만나지 못할 것이요 너를 치는 자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허무한 것 같이 되리니”(사 41:10-12)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