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맞는 고난 주간이지만 어떻게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은 못하더라도 누는 끼치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살얼음 밟듯이 지내오는 수요일이다. 관계하는 문학단체가 중요한 기관 하나를 만들어 1년이 지났는데 사회적 기업으로 허가 되면서 현판식을 한다는 전갈이 왔다. 큰 도움은 못 드릴망정 그런 자리에 당연히 가서 축하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갔다. 무심히 들어서는데 중앙에 우리 전통적인 고사상이 차려져 있다. 처음에는 어차피 나누어 먹어야 할 음식들이니 그렇게 미리 차려놓을 수밖에 없었겠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자세히 보니 돼지머리도 없고 납작하게 일회용기 안에 머리 고기가 얄팍하게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잘려져 비닐에 곱게 싸여져 있다. 다행히 북어 대가리도 없어 안심하고 앉았다.
식이 진행되어 격려사도 한마디 하라 해서 덕담 한 말씀을 했다. 편한 마음으로 앉아 있는데 격려사들이 끝나고 나니 사회자가 회장을 불러내어 무궁한 발전을 위해 빌라는 것이 아닌가?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더니 돈을 꺼내어 맨 앞의 마치 도마만 한 나무토막 위에 올려놓고 기원을 말하며 빌고 절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기도만 하면서 앉아 있었다. 거의 순서가 다 돌아간 듯 싶었는데 내 이름을 부르며 나오라는 눈짓이다. 순간 머리를 치는 것이 오늘이 고난주간 한 가운데인데 여기서 우상에게 절할 수는 없다는 생각과 동시에 특별한 전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망설이지 않고 걸어 나가서 한 중앙에 섰다. 머리 숙여 기도했다. 큰 목소리로 하나님께 이 기관의 형통을 기도하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로 기도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내 기도에 일동은 아멘으로 함께 화답해 주어서 기뻤다.
그 후에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불려나가는 사람마다 아무도 돈을 놓지 않고 기도하고 물러나왔다. 그들이 모두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아 하나님 제가 무엇이관데 제 기도 들어주시나이까? 나는 사회자에게 돈을 건네며 다 듣게 큰 소리로 말했다. 제가 기독인이라 저 상에다 돈을 놓을 수는 없기에 직접 드리니 사무실에 오는 축하객들 차 대접 대신 해주세요 라고 말하면서 들어왔다. 오 감사합니다. 예수님!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