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도의 문학산책] 뿌쉬킨의 시편들(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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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 뿌쉬킨

러시아의 국민 시인으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세르게예프 뿌쉬킨(1799-1837)은 38세에 운명(殞命)한 불행한 생애였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 등으로 유명한 뿌쉬킨은 연적(戀敵)과의 권총 결투로 짧은 삶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귀족가문에서 출생한 그는 이미 소년 시절에 프랑스어로 시를 쓸 만큼 천재적 소질을 보여주었다. 그후 러시아 문단에서 시와 소설 등 여러 장르에서 출중한 문호로 칭송받은 인물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즐거운 날이 오리니

마음은 앞날에 살고/지금은 언제나 슬픈 것이니/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모든 것은 덧없이 사라지고/지나간 것은 또 그리워 지나니. (백석 번역본)

한국인에게 널리 애송되는 시이다. 역경의 숙명성을 타고난 인류에의 연민의 정을 넘어 소망에의 기대감을 보여주는 인생훈에 해당하는 시편이다. ‘슬픔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리라는 위안과 격려의 정서를 전하고 있다.

이 시를 처음 한국어로 번역 소개한 사람은 백석 시인이다. 백석은 1949년에 뿌쉬킨의 시들을 번역 출간했다. 백석은 러시아어 원문으로 뿌쉬킨의 시를 암송했다고 한다.

시베리아에 보낸다

시베리아의 광산 저 깊숙한곳에서/의연히 견디어주게

참혹한 그대들의 노동도/드높은 사색의 노력도 헛되지 않을 것이네

불우하지만 지조 높은 애인도/용기와 기쁨을 일깨우나니/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은 올 것이네

사랑과 우정은 그대들이 있는 곳까지/암울한 철문을 넘어 다다를 것이네/그대를 고역의 동굴에/내 자유의 목소리가 다다르듯이

무거운 쇠사슬에 떨어지고/감옥은 무너질 것이네 그리고 자유가/기꺼이 그대들을 입구에서 맞이하고/동지들도 그대들에게 검을 돌려줄 것이네   (역자 불명)

이 시는 농노제도에 저항하는 의미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시나 소설은 전제정체(專制政體)에서 겪는 노동자들의 자유와 인권이 무시된 참혹한 현실과 개인적 삶의 신고(辛苦)에 관한 서사체의 기록문학에 해당한다. 그는 나탈리야 콘차로바 라는 젊은 여성과 결혼했으나 그녀의 사교계에서 많은 염문(艶聞)으로 곤욕을 치렀다. 급기야 연적과 결투 끝에 총상을 입고 38세를 일기로 사망, 비극적 생애를 마감했다.

박이도 장로

<현대교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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