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함께하는 행복한 노년] 메멘토 모리 : 홀가분한 죽음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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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교회를 개척하면서부터 노인교실을 운영했다. 자원봉사자가 많지 않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기 어려워, 무료 식사와 간단한 레크리에이션 그리고 노년에 알아야 할 상식 등을 강의하곤 했다. 어느 날 ‘메멘토 모리’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노년에는 언제든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 삶의 지혜이며,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감사할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섭섭한 마음은 풀어야 편안하게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노인교실에 다니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교회에 등록하시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셨다. 거주지가 불안정해 교회사택에 모셔서 생활을 도왔다. 어느 겨울, 빙판에 넘어지셔서 대퇴부에 골절상을 입으셨는데, 병원에 모시고 갔지만 안타깝게도 6.25 전쟁 때 박힌 파편 때문에 수술할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요양병원에서 지내게 되셨다. 돌볼 가족이 없어 교회에서 매주 찾아뵙고 문안을 드렸다.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물으셨다. “목사님은 결혼을 안하셔서 자녀도 없고 죽으면 산소도 돌볼 사람이 없겠네요.”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저와 결혼해요”라고 하셨다. 너무도 뜬금없는 말씀을 해서 미처 답을 못 하고 있었더니 하시는 말씀이 “목사님 나는 국가유공자라서 국립현충원에 안장을 합니다. 목사님이 나랑 결혼하면 합장을 하게 되고 그러면 산소도 정부에서 돌봐 주잖아요”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예전에 목사님이 죽음을 지혜롭게 준비하려면 신세 진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표현하라고 하셨는데 그동안 목사님께서 너무도 잘해 주셔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네요”라고 하셨다. 눈물이 왈칵 나왔다. 할아버지는 그때 그 짧은 강의를 잊지 않고 있었다.

감사를 표현한 어르신에 대한 감동은 물론이지만 어르신이 요양병원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간의 강의를 떠올리며 여생을 준비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더 먹먹해졌다. 급속한 고령사회에 이르며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노인복지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인다. 정작 필요한 것은 노인들 스스로 노년을 맞이하는 삶의 태도와 자세를 갖도록 돕는 노인들을 위한 맞춤 교육이다. 인터넷은 이것이 옳은 길이라며 수많은 지식정보를 쏟아내지만 되려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홍수가 나 물이 범람하면 정작 먹을 수 있는 물은 없는 것과 같이 그 많은 자료와 정보들은 어르신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다. 17년을 현장에서 뛰며 어르신들에게 맞는 노인교육에 대한 절실함을 뼈저리게 느끼며 눈물겹게 지켜보았다.

한국교회의 소명이 여기에 있다. 교회는 그분들에게 제2의 인생을 다시 설계하고 늙어감의 아름다운 삶을 어떻게 계획하고 살아갈지에 대해 스스로 성찰하고 어르신들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 수 있다. 노년의 삶의 막막함과 절실함을 교회는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교육을 통해 스스로 준비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일제 치하와 6.25전쟁을 겪으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그분들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한국교회는 교회 노인 성도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노년의 삶을 두려움 없이 맞이할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 노인교육 전문가들과 교회 그리고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인 교육을 위해 연구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강채은 목사

<사랑교회, 前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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