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을 알면 교회사가 보인다 ⑯
전통적 라틴어 찬송, 독일어 찬송으로 개조
찬송은 4세기 라오디게아 공의회 이래 중세의 미사에서 오랫동안 사제와 성가대의 전유물이었으나 마르틴 루터의 종교 개혁 이후 회중들이 참여하는 공식적인 순서가 되었다. 이야말로 루터의 만인제사장 신학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루터는 코랄을 예배에 사용하기 위해 기존의 많은 찬송 시와 멜로디를 보존하며 전통을 계속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라틴어 시 ‘오소서, 이방인의 구세주여’(Veni redemptor gentium)는 ‘이제 오소서, 이방인의 구주여’(‘Nun Komm der Heiden Heiland’)로, 테데움(‘Te deum laudamus’)은 ‘주님이신 하나님 우리가 주님을 찬송합니다’(‘Her Gott, dich loben wir’)로, ‘이같이 기쁨 넘치는 날’(‘Dies ist laetitiae’)은 ‘오늘은 참 기쁜 날’(‘Der Tag, der ist so freudenreich’)로, ‘니케아신조’(Credo in unum deum patrem omnipotentem)는 ‘우리는 유일하신 하나님을 믿습니다’(‘Wir glauben all’ an einen Gott’)란 교리 찬송으로 개조해 독일어 모국어 예배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우리 찬송가에 실린 ‘오 거룩하신 주님’(145장)은 클레르보의 버나드(Bernard of Clairvaux)의 라틴어 시(“Salve caput cruentatum”)를 독일어(‘O Haupt voll Blut und Wunden’)로 번역한 것이고, ‘죽음을 당하신 주’(개편 128장)는 루터가 지은 7절로 된 찬송 시에 붙인 유명한 부활절 부속가인 ‘유월절 어린양께 찬미를 드려라’(‘Victimae paschali laudes’)를 편곡한 곡명 CHRIST LAG IN TODESBANDEN을 붙였다.
이 곡은 요한 발터(Johann Walter, 1496-1570)가 편곡한 것으로, 루터도 편곡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발터는 루터교 교회음악의 초기 영향력이 컸던 인물 중 한 명이었으며 루터의 독일 미사 준비를 돕기 위해 3주 동안 함께 살며 루터교 코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찬송이야말로 활기차고 경쾌한 웅장한 선율로 부활절 캐럴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이 코랄 멜로디를 기반으로 음악가들이 많은 오르간 작품을 작곡했으며, 특히 J.S.바흐는 칸타타 4번과 158번에 광범위하게 활용했다.
김명엽 장로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