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네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잠과 쉼을 위한 침실, 공부하고 기도하며 글을 쓰는 공부방,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식당 겸 거실, 그리고 피트니스처럼 꾸며 놓은 운동방이다.
운동기구는 몇 개 되지 않지만, 나는 그것들을 무척 좋아한다. 매일 한 번씩은 꼭 운동기구를 가까이하려고 애를 쓴다. 그중에서도 하루에 한 번은 반드시 사용하는 기구가 바로 아령이다. 내가 사용하는 아령은 9kg짜리로, 한 번 잡으면 좌우를 합쳐 약 150회쯤 들게 된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집집마다 아령 하나쯤은 두고 사용할 수 있다. 아령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운동기구 중 하나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도 근력과 체력을 기르기 위해 사용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덤벨(dumbbell), 즉 손잡이 양쪽에 추가 달린 형태의 아령은 18세기 초 영국 귀족들에 의해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귀족들은 당시 성당 등에서 흔히 쓰이던 종을 작은 손잡이 양쪽에 매달아 운동을 했다. 들었다 놓을 때마다 ‘달그랑 달그랑’ 요란한 소리가 났다. 그래서 나중에는 소리를 없애기 위해 종 안의 추를 떼어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아령’이다. 소리가 나지 않으니 조용히 운동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영어로 아령을 뜻하는 ‘덤벨(dumbbell)’은 ‘dumb(벙어리)’과 ‘bell(종)’이 합쳐진 말로, 문자 그대로 ‘소리 나지 않는 종’을 뜻한다.
나는 언젠가부터 심각해진 사회의 갈등 상황을 ‘아령사회’라는 용어로 표현하곤 한다. 사회란 중심 가치를 이끄는 큰 흐름이 있고, 좌우 양극단의 소수 의견들이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소수 의견들도 중심 세력과 소통되고 통합되어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 그러나 요즘은 중심 가치는 작아지고, 양극단의 목소리만 지나치게 커졌다.
우리 사회는 계엄, 탄핵, 대선을 거치며 이제는 아령의 양쪽 추만 남은 듯한 극단의 ‘아령사회’가 되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 간 이념 갈등이 ‘매우 심각’ 또는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90%를 넘는다. 이념이 다르면 결혼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58%, 술자리도 함께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34%에 이르렀다.
영국 귀족들은 운동을 위해 종의 추를 떼어냈지만, 우리는 다시 그 추를 매단 듯하다. 그리고 이제는 달그랑거리는 소리가 너무도 시끄럽다. 중심 세력은 작아졌고, 강성 진보와 강성 보수의 목소리만 크게 울리는 이 ‘아령사회’는 분명히 비정상적인, 병든 사회이다. 이러다가는 손잡이마저 부러질까 두렵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교단이 추구하는 “중심에 서는 신학”이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그 중심의 가치와 세력이 다시 커져야 우리 사회도, 대선 정국도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