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말씀 골든벨

Google+ LinkedIn Katalk +

성경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항상 죄송하던 차에 교회에서 말씀 골든벨 행사를 공고했다. 아아 이 기회에 성경 공부 좀 착실하게 해보자 싶어서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가서 신청서부터 썼다. 옆에 예상 문제집이 놓여 있기에 들고 왔다. 암송용인데 아무리 외워도 전혀 되지 않는다. 학창시절 기억력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는데 이거 나 맞나 싶어 한심했다. 80년을 넘게 써먹었는데 그만한 게 다행인 줄 알라는 볼멘소리가 들려오는 듯해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음을 돌렸다. 그래 외우는 것이 안 되면 이해하기로 하자. 

어차피 대회의 성적이 아니라 공부 좀 해 보겠다는 목적이었으니 열심히 문제를 풀어보자. 옆에 있는 정답을 가리고 풀기 시작했다. 총 200문제가 넘는 것 같은데 끝까지 다 풀고 나니 1시간쯤 걸리는 것 같았다. 틀린 답을 정답으로 고쳐가며 외우기 시작했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몇 번 하지 못하고 예비시험 이틀 전부터 바짝 매달려 공부했다. 시험장에 들어서니 내 또래 권사님 한 분 외에는 60대가 가장 나이 많은 쪽이었다. 청년부 교육부 등은 예비시험을 따로 치른다니 꽤 많이 참여한 것 같았다. 

시험문제는 25문제였고 다 풀고 나니 3문제쯤이 아리송한데 아무래도 틀린 것 같았다. 내 또래 권사님이 혼잣말로 1문제 틀렸네 하는 순간 아아 떨어졌구나 싶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열심히 문제를 풀고 또 풀었다. 화요일에 목사님으로부터 합격 소식을 전해 듣고 큰일 났다 싶었다. 본당의 단에 올라가서 망신당하게 생겼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집중해서 문제를 풀고 또 풀었다. 13번을 풀었나 보다. 구약에서 한 권 신약에서 한 권이었는데 신약은 4번 이상 정독했다. 아들은 끝까지 이기려 하지 말고 적당할 때 지고 내려오라고 덕담으로 격려해 주었다.

본선 시작 전 인터뷰에서 아들의 말을 전했더니 본당이 떠나갈 정도로 박장대소했다. 문제를 풀기 시작했는데 5문제쯤에서 드디어 실력이 바닥났다. 패자부활전에서 살아나 다시 올라왔다. 3문제쯤에서 또 막혔다. 다시 내려가며 부활절에 부활도 해보았으니 여한이 없다는 불경한 생각을 하며 감사기도 드렸다. 공부하게 해주시고 아들의 덕담을 이루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