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성경을 이해한다면 “온유한 새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라는 축복을 받을 만하다. ‘국제 조류 데이터베이스’의 보고에 의하면 9천700종, 최근 어떤 자료에 의하면 1만 3천 종의 새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어디서나 참새, 산새, 까치, 까마귀, 비둘기, 직박구리 정도를 볼 수 있다.
조류학자들에 의하면 전 세계 1만 3천 종의 새를 다 모으면 약 25억 마리 정도 되리라고 추정된다. 새 중에서도 땅을 기업으로 받은 닭은 몇 마리나 될까? 자그마치 272억 2천 마리쯤 된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80억 인구보다 서너 배가 더 많고, 전 세계의 새 25억 마리보다 10배나 더 많은 숫자이다.
오래전 고대부터 동남아 밀림이나 숲속에 살던 꿩과의 적색 야계(Red Junglefowl)가 있다. 1.5kg 정도의 수놈은 아주 잘생겼다. 길고 화려한 꼬리, 붉은 볏, 다양한 빛을 띤 목털 등 잘생긴 꿩을 연상하게 한다. 이에 비해 암놈은 1kg 정도 되고 아주 수수하게 생겼다. 이놈들이 농사걷이가 끝난 후 이삭을 주워 먹기 위해 농가로 내려오곤 했다. 적색 야계는 인간 친화적이어서 사람을 크게 두려워하지도 않고 공격하지도 않았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이 적색 야계에게 모이를 주고 잠자리, 쉼터, 놀이터를 제공하며 가축화하기 시작했다. 가축화된 적색 야계는 지금의 닭이 되어 어렵지 않게 전 세계로 번져가 전 세계인의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다.
뭔가 모자라 실수가 잦은 사람을 ‘닭대가리’라고 욕하지만, 실은 닭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모든 동물 가운데 송과샘이 가장 발달된 게 바로 그 닭대가리이다. 오래전부터 정글, 밀림, 숲을 깨우는 것이 적색 야계였고, 가축이 된 다음에도 농촌 마을을 깨우는 새벽의 알람은 닭 울음소리였다. 어두운 새벽 바다 끝에서 작은 햇빛이 비춰오면 그 작은 빛을 제일 먼저 느끼는 게 송과샘이다. 그 빛을 제일 먼저 느낀 닭이 “꼬끼오, 꼬끼오!” 지구촌을 깨우는 것이다. 50년 이상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잠을 깨고 눈을 뜨는 나는 닭대가리(?)보다 송과샘이 더 발달되어 그런가 보다.
가축화된 닭은 세계인의 식량, 단백질 공급원이 된 게 맞다. 우리 5천만 국민은 평균 하루 1개 이상의 계란을 먹는다. 연간 계란 소비량은 1천700억 개가 훨씬 넘는다. 국내 식음료 자영업 중 가장 많은 게 치킨집, 닭요리집이다. 치킨집이 6만 5천 개가 된다고 하니, 편의점 5만 5천 개보다도 많은 셈이다. 한식에서만도 닭 요리는 얼마나 다양하게 발달되었는가? 치킨 요리도 종류가 많고, 삼계탕, 백숙만도 다 다르고, 닭볶음탕 등 그 수를 다 헤아리기 어렵다. ‘계륵(鷄肋)’이란 말이 있지만, 춘천 닭갈비는 춘천시에서만도 연 2천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낸다. 춘천시의 가장 큰 축제 중 하나가 ‘춘천 닭갈비 축제’이다. 닭갈비 식당 골목에서 내가 아는 집사님 한 분은 연 35억 원의 매출을 올린단다.
요즘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의 마지막 날이 그리 멀지 않았구나 싶다. 1947년 만들어진 인류 종말의 시계(Doomsday Clock)는 2025년 현재 23시 58분 31초, 자정 89초 전을 가리키고 있다. 너를 밟고 내가 일어서는 ‘오징어 게임’을 정치 마당, 생존 경쟁 대열 곳곳에서 보고 느끼며 우리는 살고 있다.
바로 이런 때에 우리는 닭으로부터 인생을 배운다. 빼앗아야 사는 세상에서 닭은 살코기, 알, 닭발, 닭똥집까지 다 주고도 당당히 지구촌 조류계를 정복했다. 우리 기독교는 역설의 종교이다. 살고자 하면 죽고, 얻고자 하면 주고, 높아지고자 하면 낮아져야 한다. 온유한 닭은 복이 있나니, 땅을 얻을 것이다.
닭은 전 세계 모든 조류의 10배가 된다니!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