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콘클라베

Google+ LinkedIn Katalk +

영화 <콘클라베>는 교황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시작됩니다.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들의 비밀회의인 콘클라베의 막이 오릅니다. 엄격한 규율 속에서 진행돼야 할 선거는 유력 후보들의 추문과 스캔들로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치닫습니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추기경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숨겨진 비밀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긴장감이 드리웁니다. 마치 영화처럼, 현재 바티칸에도 이러한 긴장감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교황의 선종(善終) 이후, 바티칸은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를 진행했습니다. 외부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성령의 인도하심 아래 교황을 선출하고자 하는 가톨릭의 신념은 여전히 견고하며, 이는 단순한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신성한 과정이라는 믿음입니다.

콘클라베를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가치를 되새길 수 있습니다. 첫째는 철저한 성령 의지입니다. 교회의 지도자를 세우는 과정이 인간의 지혜나 술수가 아닌,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기도와 묵상의 시간으로 채워져야 함을 보여줍니다. 둘째는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교회들의 일치입니다. 이는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하나라는 근본 가치를 반영해 서로 다른 배경의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교회의 본질적인 연합을 드러냅니다. 마지막으로 교황 역시 인간적인 한계를 지닌 존재이기에 그가 하나님을 의지할 때 하나님께서 교회를 선하게 인도하신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신념 속에서도 콘클라베 제도는 이상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외부의 영향력을 차단한다는 명분 아래 나타나는 폐쇄성과 불투명성은 오랫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고, 내부 정치가 외부에 감춰진 채 진행되는 구조는 신뢰를 떨어뜨렸습니다. 또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직된 태도는 개신교 역시 경계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런 콘클라베의 이점과 한계를 성찰의 기회로 삼아, 개신교 교단 내에서도 무엇을 지양하고 지향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실제로 개신교의 선거 과정에서도 종종 득표 경쟁, 지역 안배, 정치적 긴장과 선거 운동 같은 세속적 요소들이 나타나곤 했습니다. 이런 자세는 분명히 지양해야 합니다. 반면, 후보자의 소명과 인격, 균형 잡힌 신학적 관점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뜻을 묻는 거룩한 긴장감은 유지해야 하며, 개신교가 잘 지켜온 투명성과 민주적 방식은 더욱 지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선거 시기에는 무엇보다도 깊은 기도와 경건한 자세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지도자의 선출은 단순한 대표 선출이 아니라, 교회의 미래와 영적 방향을 하나님께 다시 맡겨드리는 신앙의 결단이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개신교 교단은 총회장 선거와 지도자 선출 과정에서 콘클라베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살펴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제도의 구조는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신과 자세는 오늘날 개신교에게도 깊은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선거 그 자체를 기도와 묵상 가운데 드려지는 예배적 행위로 바라보는 자세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입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