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마음으로 노를 발하지 말라 노는 우매한 자들의 품에 머무름이니라”(전 7: 9)
우리는 수많은 감정을 품으며 순간마다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중에 ‘화’라고 하는 감정을 지나치게 밖으로 표출해서 문제가 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표출하지 못하고 내면에 쌓여 또 다른 문제가 되기도 한다. 화는 지나치게 내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참아도 안 된다. 그러나 말처럼 그 중간을 유지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전통문화 속에서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우며 지내왔다. 시집온 며느리는 삼 년간 벙어리로, 귀머거리로 그리고 눈뜬 봉사로 지내야 한다고 강요당하고 살아왔다. 요즘 현대에 너무도 절실하게 필요한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을 면한다”라는 말도 있다.
흔히 쓰는 표현 중 하나가 있다. “속에서 천불이 난다”, “화병 생기겠다”라는 말이다. 단순한 표현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이 말은 많은 이들의 내면에 끓어오르는 감정의 진실을 드러낸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감정 표현이 서툴거나 억제되기 쉬운 문화적 특성 때문에, 억눌린 분노가 점차 신체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정신의학적 현상이 바로 ‘화병’이다.
화병은 단순히 짜증이나 분노를 넘어, 오랫동안 억눌러온 감정의 누적과 그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이상 반응을 모두 아우르는 병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이 감정의 병을 외면할 수 없는 시대에 이르렀다. 따라서 우리는 화병이 어떤 병이며, 왜 이 시대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나아가 신앙인으로서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보아야 한다.
황원준 전문의
<황원준 정신의학과 원장•주안교회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