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스승이 사라져 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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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잊혀져 간 정도가 아니라 알아들을 사람이 없어져 간다는 것이 옳은 지적인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어느 결엔가 스승이 사라져 갔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언젠가부터 학교에는 선생님은 사라지고 직업인으로서의 교사라는 직업군만 남은 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시작될 때 알았더라면 어떻게 좀 막아보거나 늦추는 일이라도 해 보았으련만 우리가 그 상황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상황 종료 상태였다. 책임을 스승 쪽에 돌리려는 게 아니라 오늘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는 현실 파악이라고 본다. 

 얼마 전 친구가 자기 손자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옆의 친구를 가볍게 밀쳐서 가볍게 넘어졌다 일어난 일이 있었는데 결국 학교폭력위원회에 올라갔다고 거품을 물며 흥분했다. 나중에 분쟁으로 번질까봐 학교에서는 무조건 학폭위에 올려 버린다는 것이었다. 일의 진위야 그 과정을 다 모르겠으나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선생님들이 스승이기를 포기하고 월급쟁이 교사라는 직업인이라는 것으로만 남았구나 싶은 생각에 씁쓸했다. 학폭위에 한 번 올라가면 그 아이의 장래는 매우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미한 일조차 그곳에 미루어 버리는 선생님을 스승이라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문제는 학부모 측에도 있다. 자녀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과보호는 일상이 되었다. 무조건 내 아이가 옳고 선생님의 교육적 지도 방법에 일일이 문제를 제기하니까 스승의 길보다 내 자식의 신변 보호에 먼저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5월 15일이 스승의 날이다. 이날이면 아이들이 선생님께 작은 선물도 드리고 꽃도 바쳤다. 이런 일들마저 완전히 없어진 모양이다. 획일적이고 근시안적인 발상으로 일을 그르친 것은 학교 밖의 어른들 실수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학부모의 과도한 교육권 침해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옛말에도 제 자식 제가 못 가르친다고 했다. 선생님의 전문적 식견에 입각한 지도는 종합적으로 아이를 바른 인간으로 길러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어른들이 스승을 다시 학교에 모셔야 한다.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다. 스승이여 다시 오소서!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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